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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잠 자는 둘째 — 첫째 때와 뭐가 다른 걸까

뽐뽐이 생후 123일째의 기록

이 글을 쓰기 시작한 날은 둘째 뽐뽐이 생후 123일째. 밤 9시에 분유를 양껏 먹이고 트림을 시키고 잠깐 품에 안고 있다가 뉘였다. 아기 침대에 누운 뽐뽐이는 조금 뒤척이다 금새 잠든다. 다음날 아침 7~8시까지 잔다.


이거구나. 이게 바로 첫째 총총이 때 우리 부부가 그렇게 간절히 기다리던 통잠의 기적이라는 거구나. 그러나 그때는 몰랐다. 통잠은 그저 기다리면 찾아 오는 줄 알았지. 시간이 흐르면 절로 해결되는 줄 알았지.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수면교육을 공부하고 실행했던 기록은 여기: ⟨다시 쓰는 수면교육 성공기 — 선택 아닌 필수(2019.3.3.) 혹시 우리 부부와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고 계신 분들을 위해 최대한 상세히 적어놨다.

형아가 낮잠 자는 틈을 타 모처럼 엄마를 독차지한 둘째


그때의 경험과 깨달음이 바탕이 됐겠지만, 둘째 뽐뽐이는 첫째 때와 분명 달랐다. 이 차이점도 다른 이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쓰게 되었다. 어디까지나 하나의 사례임을 감안하고 읽어주시면 좋겠다.


|  환경이 달랐다


첫째 총총이 때, 아내는 산후조리원에서 2주를 지내고 곧장 처가로 가서 3개월 정도 있었다. 산후조리를 위해서였다. 처가에는 장모님, 장인어른도 계시고 아이 둘 키우는 육아 베테랑 처제도 있었다. 아내를 포함 무려 네 명의 어른이 돌아가며 총총이를 돌봤다. 그게 기본 셋팅이었다. 총총이가 울기만 하면 안아주고 달래줬다.


둘째 뽐뽐이 때 아내는 산후조리원에서 2주를 지내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처가에 가면 아내가 첫째 총총이를 자주 볼 수 없게 되기 때문이었다. 대신에 산후관리사님을 집으로 불렀다. 산후관리사님은 아내의 산후조리를 도와주셨을 뿐만 아니라 갓난 아기를 키우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환경을 잡아주셨다.


우리도 나름 첫째 아이를 키워낸 경험 있는(?) 부모였지만, 노련하고 경험 많은 산후관리사님의 가이드를 따르면서 보다 수월하게 육아의 틀을 잡을 수 있었다. 특히, 산후관리사님으로부터 배운 ‘배부른 수유’라는 건 첫째 총총이를 키울 때는 전혀 알지 못했던 방법이었다.


|  ‘배부른 수유’를 했다


배부른 수유법은 아이가 모유/분유를 먹을 때, 배가 부를 때까지 충분히 먹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배가 부를 때까지 음식을 먹는 어른의 입장에선 그게 뭐가 어려운 일인가 싶다. 하지만, 신생아를 키워본 본들은 모두 공감을 하실 것이다. 갓난 아기들은 맘마를 먹다 잠이 들어버린다. 수면욕이 식욕을 가볍게 이겨버린다.


그래서 잠들면? 그 길로 재우면 되는 것 아닌가? 전혀 아니다. 배고픔 때문에 깊이 잠들지 못하고 금방 깬다. 깨서 운다. 맘마 달라고 운다. 다시 맘마를 먹이면? 잠을 푹 자지 못했기 때문에 또 금새 잠든다. 점점 나빠지는 순환의 고리에 들어간다. 이 고리를 깨는 방법이 있다. 그게 바로 배부른 수유법이다.


우리 부부의 경우 산후관리사님께서 먼저 시범을 보여주면서 전반적인 과정을 이끌어주셨지만, YouTube 영상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배울 수 있다. 배부른 수유를 배우면서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아래 영상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L-rS5Fagcxw


|  수유 텀을 철저히 지켰


첫째 총총이 때는 맘마를 먹이는 게 스트레스였다. 수면교육을 하기 전, 밤에 아이가 깨면 기저귀 갈아주고 그래도 계속 울면 분유를 타서 먹였다. 배가 고파서 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배가 고파서가 아니었다. 맘마를 끝까지 다 먹지도 않았다. 새벽에 싱크대에 부어버린 것만 해도 엄청난 양이었을 것이다.


둘째 뽐뽐이 때는 수유 텀을 철저히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Baby Time이라는 모바일 앱을 사용했다. 이 앱으로 수유 시간/양 등을 기록하고, 텀에 맞게 먹이려고 했다. 울면? 배고픈 게 아닌 다른 이유로 우는 것이라 전제하고 대응했고, 그래도 계속 울면? 그냥 달랬다. 아이가 울더라도 수유 텀을 지키는 게 더 중요했다.


그렇게 수유 텀을 지키니까 아이가 먹는 양이 차츰 늘어났다. 수유 간격도 늘어났고 그 사이 자는 시간도 늘어났다. 모든 게 순조로웠다. 그때 알았다. 아, 첫째 때도 이렇게 했어야 했구나. 그때 우리는 너무 몰랐고 준비가 안 되어 있었구나.



글을 마치며


아이가 하나 더 늘어서 고생이 많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분명 아이가 하나일 때보다 빨래도 늘고 할 일도 많고 준비해야 할 것도 고려해야 할 것도 많아졌다. 그런데 육아 자체만 놓고 보면 더 힘들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첫째 때는 아주 오랜 기간 잠을 제대로 못 잤다. 그게 너무 힘들었다.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이 더 편하고 수월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아이가 하나 더 늘었음에도 말이다. 첫째 아이는 수면교육이 잘 되어서 재워주기만 하면 아침까지 잘 잔다. 둘째 아이는 이제 새벽에 한 번 정도 깨거나 깨지 않고 아침까지 잔다. 덕분에 아내도 나도 밤에 푹 잘 수 있다.


양질의 수면은 삶의 퀄리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아이가 잘 자면, 부모도 잘 잔다. 육아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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