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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chpapa Sep 24. 2021

고질라를 좋아하는 너의 다섯 번째 생일을 축하해

내일 모레 만 5세가 되는 총총이


아빠로서 총총이에 관한 글을 쓰는 일에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내가 이렇다 저렇다 하기 조심스러울 정도로 이미 총총이는 고유성을 가진 한 명의 독립적 인격체로 자라나고 있다. 해가 갈수록 깊어져 갈 그의 마음을 100% 알기 어렵다는 걸 인정하고, 그게 당연하고 또 건강한 과정이라는 걸 받이들이게 된다.


그럼에도 총총이의 다섯 번째 생일을 맞아 당장 떠오르는 몇 가지만 적어보자면,


총총이는 다정다감하다. 마음 씀씀이가 곱다고 할까. 주변을 잘 살피고 아빠와 엄마 그리고 동생에 대해서도 살뜰하다. 나도 지금껏 적지 않은 수의 사람을 봐왔지만 그들과 비교해서도 총총이의 말과 행동은 세심하고 사려깊다. 타고난 성정과 환경, 둘 중 어느 것이 더 큰 영향을 줬는지 모르겠다.


네 해째 안정적으로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에서 좋은 가르침을 받은 덕분이라 생각하고 선생님들께 감사할 뿐이다.


그 다정함의 연장이겠지만, 총총이는 자신의 감정을 무척 풍부하게 표현한다. 총총이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 풍부한 표현에 놀라면서도, 여리게 자라면 어쩌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아이가 약하게(?) 자라길 바라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 여리다고 꼭 약한 건 아니겠지만.


총총이는 공룡의 시대를 지나 지금은 고질라 괴수물 유니버스에 빠져 있다. 그렇다고 또 고질라 only는 아니다. 하나하나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좋아하는 게 많다. 어린이집 또래 친구들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일 것이다. 주말에는 마인크래프트로 건축물을 짓거나 고질라를 만들며 놀기도 한다. 아직 마블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본 적은 없지만 스파이더맨을 가장 좋아한다.


오늘밤도 야간 라이딩 출격


며칠 전 외할머니가 생일선물로 사주신 스파이더맨 자전거를 무척 마음에 들어하고 있다. 틈만 나면 자전거 연습하러 나가고 싶다고 한다. 어제 저녁엔 자전거는 왜 앞으로 넘어지지 않는지(?)에 관해 제 나름의 가설을 갖고 신나게 설명을 하더라. 내가 아는 과학 상식과는 맞지 않았지만 듣다보니 그럴싸했다.


두 달 전부터 주 1회 총총이와 함께 집 근처에서 테니스를 배우고 있다. 총총이가 테니스에 흥미를 보이는 건 아니지만, 어린이집 선생님이 아닌 남자 어른 코치로부터 무언가를 배우는 경험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레슨을 마치고 간식을 사먹는데, 그걸 더 즐기는 것 같기도 하다.


지난 5년, 총총이와 함께 아빠로서 성장해 온 나는 그 성장의 결과를 둘째 육아에서 확인하고 있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첫째 총총이를 돌볼 때와 비교하면 내가 봐도 달라졌다. 달리 말하면, 어설프고 서툰 아빠를 겪어야 했던 총총이가 고생이 많았다.


내가 총총이에 관한 글쓰기가 자신이 없어지는 만큼 앞으로는 총총이가 스스로 그림이든 글이든 편한 방식으로 자신의 하루를 기록하면 좋겠다. 그렇게 총총이가 일상을 기록할 수 있게 되면 나도 차츰 관찰기의 비중을 줄이고, 총총이와 함께 살아가며 내가 느끼고 경험하는 것들에 관하여 써보고 싶다.


좋은 아빠가 되겠다고 하는 거창한 목표는 진즉 폐기했다. 매일 부대끼니 금새 밑천이 드러났다. 나는 총총이와 지금처럼 편하고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사이이면 더 바랄 게 없다. 총총이가 세상 살다 쌓이는 답답함에 관해 언제든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대화 상대방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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