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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chpapa May 23. 2023

어버이날만 되면 난 슬퍼져

어린이날 글을 썼으니 어버이날 글도 써야지. 숨쉬듯 편하게 써야 하는데 자꾸 힘이 들어간다. 그러면 글이 나가다 멈춘다. 결국 접게 된다.


그래, 어버이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어버이날만 되면 난 슬퍼진다. "난 슬퍼져." 이 문장 때문에 쿨의 작은 기다림이란 노래를 떠올린다.


혼자라는 생각 때문에 힘들때면
네 뒤를 돌아봐
나는 언제나 여기 서 있을게
혼자 가는 길이 힘들어 쉬고 싶을 때
나를 한 번 생각해봐줘


참 좋은 노랫말. 그리고 맞는 말. 어머니는 내 기억 속에 생각 속에 영원히 살아계시니까. 그런데 올해 어버이날이 유독 더 슬펐던 이유는 아마도 아버지 때문이다.


아버지는 잘 지내시지만, 잘 못 지내신다. 뵙고 싶은데, 쉽게 찾아뵐 수 없는 곳에 계신다. 잠자리는 편하실까. 끼니는 잘 챙겨드시는 걸까. 며칠 전에 아내는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는데, 아들인 나는 차마 전화를 드릴 용기조차 나질 않는다.


그저 건강히 즐겁게 원하시는 만큼 넓은 세상을 보며 잘 지내시길 바랄 뿐이다.


나의 부모님을 보며 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지점이 있다. 대강 이런 것들이다.


• 아이들이 전화를 하면 용건만 간단히 말하고 끊으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 아이들이 무언가를 주겠다고 가져오면 고마운 마음으로 받을 것이다.

• 아이들이 어딘가를 함께 가자고 하면 흔쾌히 함께 갈 것이다.

• 아이들이 보러 온다고 하면 굳이 막지는 않을 것이다.


어버이날, 자식들도 자식 노릇을 해야 마음이 편해지는 날이다. 나는 이왕이면 나의 아이들이 자식 노릇을 잘 했다고 느끼게 해주고 싶다.


쿨 - 작은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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