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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만 되면 난 슬퍼져

by 총총파파 다이어리

어린이날 글을 썼으니 어버이날 글도 써야지. 숨쉬듯 편하게 써야 하는데 자꾸 힘이 들어간다. 그러면 글이 나가다 멈춘다. 결국 접게 된다.


그래, 어버이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어버이날만 되면 난 슬퍼진다. "난 슬퍼져." 이 문장 때문에 쿨의 작은 기다림이란 노래를 떠올린다.


혼자라는 생각 때문에 힘들때면
네 뒤를 돌아봐
나는 언제나 여기 서 있을게
혼자 가는 길이 힘들어 쉬고 싶을 때
나를 한 번 생각해봐줘


참 좋은 노랫말. 그리고 맞는 말. 어머니는 내 기억 속에 생각 속에 영원히 살아계시니까. 그런데 올해 어버이날이 유독 더 슬펐던 이유는 아마도 아버지 때문이다.


아버지는 잘 지내시지만, 잘 못 지내신다. 뵙고 싶은데, 쉽게 찾아뵐 수 없는 곳에 계신다. 잠자리는 편하실까. 끼니는 잘 챙겨드시는 걸까. 며칠 전에 아내는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는데, 아들인 나는 차마 전화를 드릴 용기조차 나질 않는다.


그저 건강히 즐겁게 원하시는 만큼 넓은 세상을 보며 잘 지내시길 바랄 뿐이다.


나의 부모님을 보며 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지점이 있다. 대강 이런 것들이다.


• 아이들이 전화를 하면 용건만 간단히 말하고 끊으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 아이들이 무언가를 주겠다고 가져오면 고마운 마음으로 받을 것이다.

• 아이들이 어딘가를 함께 가자고 하면 흔쾌히 함께 갈 것이다.

• 아이들이 보러 온다고 하면 굳이 막지는 않을 것이다.


어버이날, 자식들도 자식 노릇을 해야 마음이 편해지는 날이다. 나는 이왕이면 나의 아이들이 자식 노릇을 잘 했다고 느끼게 해주고 싶다.


5196.jpg 쿨 - 작은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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