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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박세희 Apr 18. 2022

있는 그대로… 그대로 두어도 괜찮다

아빠 5년차인 내가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

아빠가 되었다. 아이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 갑자기 어깨가 무거워진다.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종류의 책임감이 몸을 휘감는다.


갓난 아기의 울음에 반응하면서 책임(responsibility)이란 말에 응답(response)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우는 아이의 기저귀를 갈고, 배를 채워주고, 잠을 재워준다.


누워서 큰소리로 우는 것 밖에 할 줄 몰랐던 아이가 점차 자라면서 아빠의 역할도 달라진다.


아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난다. 아빠의 일도 확장된다. 아이가 더 많은 일을 혼자 할 수 있도록 그리하여 종국에는 독립적인 한 명의 성인으로 자라날 수 있게 돕는다. 도와야 할 때와 돕지 않음으로써 도와야 할 때를 분별한다.


나의 아이가 우수하고 유능하여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고 인류를 구원하는 신기술을 개발하게 된다면 좋겠지만..., 그건 아빠인 나의 욕심일 .


지금의 나는 아이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즐겁게 살아가기만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길이 멀고 마음은 조급하다.


Photo by Warren Wong on Unsplash


 때가 있다는 . 아이들은 각자 저마다의 속도로 자라난다는 .


모두  맞는 말이지만 일찍부터 어린이집, 유치원을 다니면서 또래들과 어울리게 되면  '' '속도' 어느 정도는 주변과 맞춰가야 한다는  알게 된다.  동년배들과 어울릴 필요는 없지만, 애초에 그렇게 묶이니까 어쩔 수 없는 면도 있다.


그래서 잔소리를 한다. 잔소리가 쌓이고 쌓이면서 큰소리가 된다. 아이와의 관계가 좋아질리 없다.


아이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나 자신에 대한 기대도 내려놓고, 이제는 한 발짝 물러서서 있는 그대로의 아이를 바라보기만 하자고 마음 먹는다. 부족하면 부족한 그대로, 모나면 모난 그대로, 지나치면 지나친 그대로 두기로 한다.


"아이에겐 아이의 인생이 있다." 다른 블로그에서 읽은 이 말을 요즘의 나는 자주 되뇌인다. 부족한 것도 모난 것도 지나친 것도 (그걸 그렇게 바라보는 아버지를 둔 것조차도) 다 너의 운명이고, 그 운명을 살아가는 너의 인생이다.


아빠인 내가 당장에 바로잡지 않으면 큰일이 나는 그런 일은 많지 않다. 거의 없다.


하물며 나는 전능한 슈퍼 히어로가 아니다. 훈육은 아빠의 책임이라는 과도한 책임감에 휩싸여 망치를 들면 모든 게 못으로 보이는 사람처럼 굴 필요가 없다.


단기간에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단기간에 바뀌지도 않는다.


있는 그대로… 그대로 두고 지켜보아도 괜찮다. 아이는 자라날 것이다. 반드시 '잘' 자랄 필요는 없다. 있는 그대로의 아이를 바라보며 그 존재의 고마움과 성장의 신비를... 음미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 나는 어쩌자고 아빠가 되어버려서... 그리고 누가 시키지도 않은 훈육관 역할에 혼자 심취하여서... 나도 괴롭고 아이도 괴롭히고 주변도 불편하게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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