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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chpapa Aug 02. 2022

휴가 1일차, 이발을 했다

여름 휴가 첫 날이다. 요일 감각이 없다. 월요일인데 주말의 어느 하루 같았다. 알람 없이 일어났지만 일찍 일어난 아이들이 깨워대는 통에 늦잠을 잘 순 없었다.


이발을 하고 싶었다. 단골로 가던 미용실엔 가고 싶지 않았다. 뭐라고 이유를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마지막 이발 때 묘한 불친절함 또는 무신경함을 느껴버렸다.


마침 휴가 중이고 시간도 많은데 좀 다른 곳에 가보고 싶었다.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바버샵에 예약을 해서 이발을 하고 왔다.


이발을 마치면서 항상 듣는 질문: "제품 발라드릴까요?" 바로 집으로 돌아갈 참이었고 특별한 일정이 없었지만, 새 헤어스타일에 맞게 제품을 바르는 법을 알려주신다기에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차에 타서 룸 미러를 봤다. 2대 8 가르마 머리가 참 곱게도 셋팅되어 있었다. '야, 이거 너무 멋을 부렸나...'


현관에 들어서자 둘째 아이가 달려나와 나를 반긴다. 내 머리를 보고는 놀란 눈을 하며, "어 아빠 머리 잘랐어요?" 한다. 호기심 어린 그 눈빛이 고맙다.


실은 몇 달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점심시간에 이발을 해서 머리가 달라진 나를 하원할 때 본 첫째 아이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지만, 둘째 아이는 나를 보자마자 "어 아빠 머리 잘랐네요" 하고 말을 했던 것이다.


고 작은 눈으로 다 보고 있었구나 싶어서 얼마나 귀엽던지. 동시에 아직 좁은 아이의 세계 속에서 부모란 존재는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지. 감격스럽고 또 두렵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이왕이면 좋은 레퍼런스가 되고 싶은데, 아직 후한 점수를 기대하긴 어려운 수준이라 부끄럽다.


아내는 내 머리를 보고 무심한 투로 "지난 번 거기보단 잘 자르는 거 같은데" 하고 얘기해줬다. (역시 당신 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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