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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박세희 Apr 19. 2023

초등학생 아빠 되니깐 어때요?

올해 3월, 총총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그에 걸맞은 준비를 하였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자신은 없다. 어쨌든 이 글을 쓰는 오늘까지는 등교를 잘 했다. 지난 주, 담임 선생님과 학부모 면담을 했는데, 아이가 학교 가기를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성공이라고 하신다. 실로 관대한 기준이지만,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겨우 한 달 지났지만, 아이는 눈부시게 자랐다.


입학식 때 뒷자리에 앉은 친구와 단짝이 되었고, 자기는 장난꾸러기 친구들이랑 노는 게 재밌다며 그런 친구들과 곧잘 어울린다. 선생님 말씀을 잘 따르는지는 모르겠지만, 본인의 속도로 서서히 맞춰가고 있는 걸로 보여서 참 대견하다. 하고 싶어하던 수영도, 축구도, 미술도 재밌게 하고 있다.


사소한 모든 일을 혼자 해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등교 준비를 하는데 비가 오고 있었다. 어린이집 4년, 유치원 1년. 총 5년을 내내 차를 타고 등원했던 총총이는 직접 우산을 펴 들고 어디론가 이동하는 게 처음이었다. 학교 건물 현관에 서서 혼자 우산을 낑낑 대며 접고 있었다. 나는 그걸 멀리서 가만히 지켜보았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니 어떻냐는 질문을 받는다.


전일 보육을 해주던 어린이집, 유치원과 점심만 먹고 하교하는 초등학교는 확연히 달라서 갑자기 손이 많이 가긴 한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에 즈음하여 아껴뒀던 육아휴직을 사용한다는 부모들의 이야기는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냉정한 현실이었다.




그래도, 주문처럼 되뇌인다. 이 모든 시간이 축복이라는 걸. 그래서 감사해야 한다는 걸. 


우산 쓰고 등교해 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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