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빠 박세희 Aug 13. 2023

마음을 이리로 불러오려면

7월 31일부터 8월 13일 오늘까지,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야했던 하루를 빼놓고 매일 아침 3~6km 정도 달리고 있다. 지금까지 누적 거리는 60.66km. 무릎 발목 이상 없고 컨디션도 좋다.


그런데 오늘 아침 달리기는 정말이지 산만해서 불만족스러웠다. 피곤하다거나 잠이 부족하다거나 한 건 결코 아니었다. 그저 몸은 여기에 있는데 마음이 자꾸만 다른 곳에 갔다.


내가 아침 달리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신체 활력 증진도 목적이지만, 명상적 효과를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은 그 단계에 머물러지지가 않았다. 자꾸 어제 일이 생각났다. 어제 달리기 한 걸 영상으로 편집해서 올렸던 일이 떠올랐다. 


사실 어제 달리기는 정말 특별한 경험이긴 했다. 달리던 중에 길을 잃어 올레길로 빠졌고, 멋진 풍광의 해변에 닿았고, 마을 주민들이 공중목욕탕처럼 사용한다는 작은 호수 같은 장소에도 몸을 담궜다. 짧은 영상으로 남기고 싶을 만큼 특별했다.


오늘은 일정상 그렇게 여유를 부릴 수 없었다. 숙소를 옮기는 날이라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서 준비하고 청소를 해야 했다. 그래서 숙소 근처 작은 초등학교 운동장 트랙에서 후딱 달리고 복귀해야 했다. 그런 상황도 현재 하는 일에 대한 집중을 방해했다.


평소 내가 달리기 위해 정해놓았던 코스가 내게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었는지 깨달은 순간이기도 했다.


그래도 오늘도 달렸다. 중요한 건 그 사실이다. 만족스럽던 불만족스럽던 난 오늘도 달렸고, 그냥 조금만 달리고 말자 하면서 시작했지만 결국 4km 정도 달리고 늦지 않게 숙소에 도착했다.


내일 아침도 달릴 것이다. 두 손을 자유롭게, 아무것도 들고 나가지 않고 오로지 달리기에만 집중하면서 달릴 것이다. 코스를 고민하지 않고, 숙소를 나선 때부터 15분을 달리고 반환점에서 다시 숙소까지 15분을 달릴 것이다. 그 너머는 보너스.


마음을 이리로 불러오려면, 억지로는 안 되더라. 그냥 그렇게 둬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해보는 것. 자꾸 반복적으로 해보는 것. 그 사소한 의지의 힘을 믿어봐야지.


오늘 달린 기록


매거진의 이전글 단편 소설 한 편 읽는데 10분이면 족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