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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박세희 Aug 17. 2023

바래다줘서 고마워

어제 저녁 늦게 제주에서 김포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늘 아침 양재천을 달렸다. 익숙한 코스를 달리는 일은 마치 길이 잘 든 옷을 입는 것처럼 편안하고 넉넉했다. 4.7km를 달렸고, 만족스럽게 마무리 했다. 그러면서 문득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


제주에 남아 며칠 더 여행을 하기로 한 가족들이 나를 공항까지 바래다주었다. 첫째 아이는 아빠 가지마세요 하며 엉엉 울었다. 굵은 눈물 방울이 뚝 뚝 떨어졌다. 이틀 뒤면 만날텐데 이렇게까지 서럽게 울일인가 싶기도 했지만, 꺽꺽 대며 우는 아이를 꼬옥 안아주었다.


혼자 갈 수 있다고 해도 굳이 공항까지 바래다준 가족들이 고마웠다. 대구가 고향인 나는 방학 때나 명절 때 자주 대구에 내려가곤 했는데, 서울로 돌아올 때마다 부모님이 꼭 바래다주셨다. 혼자 역까지 가겠다고 해도 굳이 굳이 나를 태워 동대구역까지 바래다주셨다. 


어떤 수필가의 책에서 가족이란 상대방의 등을 오래 지켜봐주는 사이란 표현을 읽은 적이 있는데, 혹시 부모님도 차에서 내려 역으로 향하는 나의 뒷모습을 오래 바라보고 싶으셨던 것일까. 역까지 가는 차 안에서 항상 당부의 말을 들었던 것 같지만, 아무튼 나에게는 따뜻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바래다주거나 태권도 버스에 태워보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아이들에 눈에서 사라질 때까지 버스가 길모퉁이를 돌아 보이지 않을 때까지 가만히 서서 바라보곤 한다. 부모로서 가족으로서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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