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모든 날이 소중하기에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그렇다 나는 그런 시절도 살아온 사람이다) 스케줄 관리를 위해 다이어리를 썼었다. 월별이나 주별로 일정을 적을 수 있는 곳에 스케줄을 적고, 뒤에 있는 빈 메모 공간을 활용해 드문 드문 일기를 적었다.
구글 캘린더를 쓰게 되면서 다이어리는 필요 없게 되어서 날짜를 적지 않아도 되는 줄만 있는 노트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스프링 노트나 일반 노트가 아닌 단단한 커버가 있는 13cm*21cm 사이즈 노트) 매일 쓰진 않고 뭔가 메모해야 할 것이 있거나, 기록할만한 일이 있을 때 노트처럼 꺼내어 이것저것을 적었다. 노트별로 연도가 인덱싱 되어 있고, 그렇게 쌓인 노트가 10권 가까이 된다. 아무 노트나 한 권 꺼내서 들여다보면 그 시기에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었는지, 어떤 즐거움과 어려움이 있었는지 바로 알게 된다.
2023년에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게 되었다. 연초에 텐바이텐에서 굿노트 다이어리 템플릿을 공유해 주기에 마침 아이패드 활용처를 찾고(?) 있었던 터라 한 번 써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기록을 잘 안 하다 보니 기억이 띄엄띄엄 있어서 매일 한 줄이나 두 줄 정도만이라도 적어보면 좋을 것 같았다.
결론적으로 1월 1일부터 쓰기 시작해서 오늘 8월 17일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쓰고 있다. 모든 날에 당일에 쓴 건 아니지만 밀린 날은 늦은 일기라도 기억을 복기해서 적고 있다. 하루에 한 칸 채우는데 30초 정도면 충분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쓰고 있다.
이제 빈칸 보다 채운 칸이 많다 보니 다시 보면 재밌다. 어떤 포인트가 재밌냐면, '아 이 때는 뒤에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모르고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이런 포인트가 있다. 역시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사!
검은색 글씨로 글을 쓰고, 해피 모먼트에 대한 기록은 분홍색 형광펜으로 줄을 그어둔다. 분홍색 형광펜이 쳐저 있는 부분만 골라보면 대체로 내가 어떨 때 행복해하는지 바로 알 수 있다. 그리고 형광펜이 금/토/일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웃픈 포인트이다.
기록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매일 일기를 간단히 적으면서 그날 하루를 돌아보는 기회를 가지면서 나의 하루와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고, 그냥 잊혔을지 모르는 하루를 적어둠으로써 소중히 간직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오늘의 나도, 내일의 나도 계속 소중히 여길 수 있는 힘이 된다.
매일 쓰기 챌린지를 해보자는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것도, 나는 이미 매일 일기를 (짧게라도) 쓰고 있었고, 쓰지 않는 것보다 쓰는 것이 좋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록의 힘을 믿으며, 계속 써보자!
* 관련 링크
2023 텐바이텐 다이어리 템플릿
https://www.10x10.co.kr/event/eventmain.asp?eventid=121032
사진: Unsplash의 Marissa Groo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