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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박세희 Aug 18. 2023

여름 제주가 남긴 것

여름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2주간 제주에 있다 오늘 집으로 돌아왔다. 2주, 생각보다 길었다. 2주가 이렇게 긴데 '한 달 살기'하는 분들은 정말 대단하다 싶다.


출근을 해야 했던 나는 주말에만 제주를 다녀왔다. 아이들은 제주에서의 하루 하루를 정말 꽉 채워서 보내고 있었고, 그건 다 매일의 일정을 치밀하게 계획한 아내 덕분이었다.


뭐가 가장 즐거웠어? 뭐가 가장 인상적이었어? 이런 사소한 질문에 깊은 고민을 할 정도로 여러 체험을 했고, 다양한 에피소드를 남겼다.


나는 두 번째 숙소가 기억에 남는다. 서귀포시 가까이에 위치한 독채 숙소였는데 앞에 크지도 작지도 않은 마당 같은 잔디밭이 있었고 주변은 온통 귤나무밭이었다.


그 앞마당 나무 데크에 앉아서 있으면 아무런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차 지나가는 소리도, 파도 소리도, 사람들의 말 소리나 동물의 울음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가끔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굳이 아침도 마당에 있는 파라솔에서 먹었다. 기가 막힌 풍경이 있는 건 아니었는데 그냥 좋았다. 마당 수도꼭지에 꽂힌 호스에서 나오는 물을 뿌리면서 놀기도 했다.


그 숙소에서의 시간이 나에게 휴식이 되었다. 마음이 쉬는 느낌이었고, 정말 그 마당에 있는 의자에서 하루종일 앉아 있으라고 해도 어렵지 않을 것만 같았다.


첫째 아이는 갈치조림을 무진 많이 먹었다. 뭘 먹을까 하면 매번 갈치조림을 외쳤다. 그 와중에 갈치조림을 정말 맛있게 하는 식당을 알게 되어 두 번이나 다녀왔다.


아이들은 무엇을 느끼고 남겼을까. 가지 수를 늘려 다양한 체험을 해보는 것도 좋은 여행이지만, 하나를 깊게 진득하게 경험해보는 여행도 꽤 괜찮은 방법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3년, 매일 짧게 기록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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