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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박세희 Nov 24. 2016

태명 짓기, 이제부터 ‘너’를 ‘총총이’라 부를게

아빠가 쓰는 출산기 (3)

몰랐으면 모를까. 존재를 알게 된 ‘너’를 계속해서 ‘너’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그래서 ‘너’의 존재를 알게 되자마자 바로 태명을 짓게 되었다.


태명 짓기. 예비 엄마 아빠의 첫 과제랄까.


누나네는 첫 아기의 태명을 ‘바른이’라고 지었다. 바르게 자라라. 간단명료. 뜻도 좋다. (그러고 보니 둘째는 태명도 안 지었던 것 같다. 누나, 이러기야?)


처제와 동서네는 처조카들의 태명을 ‘명사’로 지었다. 둘 다 아주 분명한 뜻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아내가 품고 있는 ‘너’가 딸일지 아들일지 모르는 상태에서 태명을 짓기가 조심스럽기도 했다.


(신중함과 예지력을 갖춘 아내는 이때 이미, 오빠, 왠지 아들일 것만 같아, 라고 말하곤 했다. 스포일러 주의.)


아내와 나는 일단 태아가 엄마 뱃속에서도 잘 들을 수 있다는 된소리, 거센소리 위주로 찾기 시작했다. 


ㅋ,ㄲ,ㅌ,ㄸ,ㅍ,ㅃ,ㅊ...ㅊ? 총? 총총? 총총이? 총총이!


설마해서 검색해봤더니…, 이런 이미지가 나왔다. 아냐! 이 총총이가 아냐!


설마 이렇게 엉겁결에 정해졌을라구? 그런데, 실제로 그랬다. 일단 총총이라고 정한 다음에 총명하고, 또 총명하라는 뜻이야. 헤헤. 하고 구색을 맞췄던 것 같다. 


과정이야 어쨌든 정말 아내와 나의 마음에 쏙 드는 태명이었다. 기억에 남는 태명 후보로는 ‘짹짹이’가 있었다. 귀엽긴 했지만 총총이에 비할 수는 없어서 탈락했다.


부르기 좋고 부르면서 기분이 좋은 이름이라면 어떤 것이든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태명 그 자체보다 태명을 부를 때 애정을 담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빠의 생각

태명은 부부의 뚝심으로 짓자. 그리고 이왕 지은 태명, 자주 부르자. 사랑스럽게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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