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빠 박세희 Nov 11. 2018

사랑하면 약해지고, 약해지면 도리어 강해진다

주말, 아내와 나눈 대화를 돌아보며

오랜만의 아내와 대화(다운 대화)를 했다. 함께 살지만 일이 바빠 마치 주말부부인 양 주말에만 시간이 난다. 아마 맞벌이 부부들 대부분이 이럴 것이다.


나는 그간 총총이와 있었던 일부터 내가 느꼈던 감정들, 내가 배운 교훈들까지 두서없이 늘어놓았다. 한참을 들어주던 아내는 이렇게 정리를 했다. “오빠. 오빠는 약자야. 오빠는 총총이를 사랑하니까. 그걸 받아들이면 쉬운데, 그러지 못해서 힘들었던 거야.”


와… 머리가 시원해지는 느낌. 명쾌한 정리. 그렇다. 나는 총총이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총총이와의 관계에서 늘 약자일 수밖에 없었다. 그걸 순순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강자처럼 굴었다. 마치 총총이를 내 뜻대로 할 수 있을 것처럼 행동했다.


아내는 “나는 내가 10개월간 총총이를 품었고, 낳았고, 총총이랑 1년 가까이 붙어 있었잖아. 그래서 처음부터 총총이의 모든 것을 다 수용해줄 수밖에 없었고. 처음부터 약자였는데, 오빠는 마치 아닌 것처럼 행동하는 게 사실 조금 이해가 어렵기도 했어.”라고 덧붙였다.


흔히들 얘기하는 “더 사랑하는 쪽이 약자”라는 말은 반만 맞는 것 같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누구나 그 대상에 대하여 약자가 된다. 서로 사랑에 빠졌다면, 서로가 서로에 대해 약자가 된다. ‘더 약한가 덜 약한가’를 따져봐야 큰 의미는 없다.


연인 간의 사랑은 서로가 서로에 대하여 약자가 된다. 서로에 대한 약함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관계이다. 그래서 문제가 없다.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그 바탕 위에서 관계가 꽃핀다.


반면, 부모의 아이에 대한 사랑은 (시작부터) 일방향적이다. 아이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먹이고 입히고 하면서 차츰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게다가 이 관계는 끊을래야 끊을 수가 없다. ‘천륜’이라고 한다.


그렇구나. 나는 이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로구나. 아내와의 대화 덕분에 총총이에 대한 나의 항복 선언이 아빠의 아이에 대한 넘치는 사랑으로 그려졌다. ‘그래, 이건 분명 사랑의 마음이야….’ 흡족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는 오늘이 고맙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