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요리에 대한 첫인상, 그리고 선입견
아내를 따라간 한 비건 레스토랑에서, 나도 반하다
와이프가 비건 음식을 좋아한다.
나는 처음엔 이런 말부터 입에 달고 살았다.
“고기도 안 들어가는데, 뭐가 맛있겠어?”
그런데도 음식이 나오면
항상 깨끗이 비우고 나오는
내 모습이 정말 우스웠다.
이번에 간 아르프도 다르지 않았다.
결과는? 역시 와이프는 항상 옳았다.
아르프의 문을 열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물컵과 접시였다.
물컵은 마치 중세 유럽 잔처럼
살짝 비틀어진 모양이 독특했고,
접시들은 모두 모양과 패턴이 달랐다.
알고 보니, 사장님이 직접 디자인한 거라고 한다.
"비건은 어려운 게 아니라,
일상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이 철학이 이런 디테일에까지
담겨 있는 게 흥미로웠다.
그날의 첫 메뉴는 고사리파스타였다.
처음엔 "고사리로 파스타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 입 먹는 순간,
짭짤한 오일 소스, 쫄깃한 고사리,
바삭한 연근 칩, 팽이버섯의 부드러운 식감까지.
입안에서 모든 재료가 완벽하게 어우러지며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플레이팅도 마치 작품 같아서,
먹는 내내 기분이 좋아졌다.
참나물 파스타는 이번에 먹지 못했지만,
옆 테이블에서 연세 지긋한
할머니 두 분이 싹싹 긁어 먹는 모습을 보고
다음번에 꼭 도전해보고 싶었다.
왠지 참나물 파스타를 고사리 파스타와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비건 미식 실험’을 하게 될 것 같다.
블랙버거는 콩패티를 사용한
깔끔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어릴 적 엄마가 해준
콩 반찬을 떠올리게 하는 익숙한 맛이어서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뭔가 더 특별한 한 끗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담백하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는 점은 좋았다.
미쉐린 빕 구르망에 선정된 아르프.
비건 요리가 낯선 사람도 이곳에선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다.
대부분 메뉴가 1만 원대라 가격도 부담이 없다.
김종국 같은 짠돌이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합리적 가격이었다.
맛과 경험, 그리고 철학이 담긴 음식.
진정한 절약은 이런 경험을 놓치지 않는 게 아닐까.
▪ 상호 : #아르프
▪ 개업년도 : 2021년
▪ 주소 : 부산 영도구 태종로99번길 35 1층
▪ 오픈시간 : 월,화,수 11:30 - 16:00 금,토,일 11:30 - 20:00
▪ 주차장 : 봉래시장 공영주차장 / 재래시장 주차타워 /
▪ 인스타그램 : @arp_kitchen
▪ 번호 : 0507-1342-1372
▪ 휴무 :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