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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부산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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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직부산 Nov 26. 2024

알수록 그 곳에 어울리는 카페

처음엔 의아했었지.


컨텐츠 촬영을 하고 나면,

와이프와 나는 꼭 근방에서

갈 만한 카페를 찾는다.

그런데 서구에 갔을 때,

스페셜티 커피를 다루는

카페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관광지도 아니고,

번화가도 아닌 이곳에서

그런 카페를 찾는 건 무리라고 여겼다.


하지만 딱 한 곳,

코르커스커피가 있었다.





감각이 돋보이는 이 카페가

왜 여기에 있을까?


그 의문은,

가보지 않고는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실제로 도착해서 지도를 보니,

조금 이해가 됐다.


근처에

서구청과 한국전력공사가 자리하고 있어서,

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곳은 저가 커피와 달리

로스팅을 하면서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한다.


이 정도라면,

커피를 제대로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장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벽 한쪽에 빼곡히 붙은 메모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당신에게 커피 한 잔은 어떤 의미인가요?’

라는 질문이 적힌 메모지였다.


손님들은 각자 자신만의

답을 적어 붙여 두었는데,

진지한 글도 있고,

재미 있는 글도 있었다.



나도 하나 적어 보기로 했다.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요즘은 맛있는 식사를 하고

마무리하는 피니쉬?"


나 스스로도 의외로 진지하게 고민한 끝에

적은 답이었다.

사장님이 이런 방식으로

손님들과 소통하려고 하는 모습이

좋게 느껴졌다.


거창한 인테리어 없어도,

이런 소소한 흔적들이 카페만의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망고 커피와 오리가미 컵

아내가 주문한 에티오피아 보체사,

망고 커피라고 부르는 이 커피가

이날 가장 기억에 남았다.



커피에서 망고향이 난다는 게

처음엔 좀 낯설게 느껴졌지만,

한 모금 마시자 망고향이 확 올라왔다.

생각보다 망고향이 자연스럽고 맛도 좋았다.



커피가 담긴 컵도 눈에 띄었다.

일본 브랜드 오리가미 컵으로,

커피 향을 증폭시켜는 목적의 컵이다.



그리고 사장님이 미리 데워 주셨다고 했다.

덕분에 손에 닿는 온기가 오래 남았고,

긴 시간 따듯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이런 작은 디테일에서

사장님의 세심함이 느껴졌다.



아내가 물었다.

"이 커피에 망고향을 어떻게 넣었을까요?"


사장님은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다.


"발효 과정이나 특별한 공정을 거치면,

원두가 이런 향을 낼 수 있어요."


그리고 이 망고 커피는,

올해 초 부산 커피 대회에서 6위를 차지한

선수가 사용한 원두와 같다고 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 커피가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마시는 동안,


전포동 먼스커피바에서 마셨던

멜론향 커피가 떠올랐다.


그때도 ‘커피에서 이런 향이 난다고?’

하며 놀랐는데,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벽에는 커피 대회에서 받은 상장이 걸려 있었다.

아내가 사장님께 이것저것 물어보니,

사장님은 커피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다.


매일 카페를 운영하면서도,

꾸준히 커피 대회에 참가하고,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대화 속에서도 커피를 진심으로 대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전해졌다.


사장님이 내린 커피 한 잔 속엔,

그저 맛만 있는 게 아니라 노력과 정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창밖으로 단풍잎들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커피잔을 손에 쥔 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니, 

괜히 기분이 좋았다.


관광지처럼 화려하지도, 

번화가처럼 복잡하지도 않은 이 낯선 곳에서, 

마치 집 앞 작은 카페에 앉아 있는 듯한

편안함이 좋았다.





근방에는 남포동, 깡통시장, 자갈치시장이 있다.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거리지만,


번잡한 관광객으로 가득한 카페 대신

이곳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조용히 휴식을 취하는 것도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런 편안함 때문에,

서구에서 식사를 또 한 번 하게 된다면

이곳을 다시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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