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풍경속에서

작은 풍경이 남긴 것

by 책사랑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마음이 절로 편안해진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까치가 우는 소리,
참새가 짧게 지저귀는 소리,

그리고 물이 천천히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일부러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소리들이다.
마치 누군가 나를 혼자 두지 않겠다는 듯, 조용히 곁에서 함께 걸어주는 느낌이 든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지 않아도, 자연의 소리만으로 충분히 마음이 편안해지는 순간이 있다.


산책을 하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예전에는 하늘을 그렇게 자주 바라보지 않았다.

무엇이 그리 바빴는지, 이렇게 좋은 풍경을 그냥 지나치며 살았던 것 같다.

지금이라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나는 가끔 나 자신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요즘은 걸음을 잠깐 멈추고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참 좋다.
그 순간이 괜히 행복하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청명한 하늘은 이상하게 마음까지 환하게 만든다.
별다른 이유없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전깃줄 위에 나란히 앉아 있는 새들을 보면 왠지 작은 사회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물 위를 천천히 헤엄치는 오리 가족은 특별한 목적 없이도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미소가 나온다.

그리고 하얀 날개를 펼치며 물가를 박차고 날아오르는 왜가리의 비상은,

거창하지 않지만 자연이 보여주는 작은 장면 속의 아름다움이다.

그 모습을 볼 때면 나도 잠시 그 날개 끝에 마음을 얹고 같이 날아오르는 상상을 하게 된다.


이런 사소한 풍경들이 나에게 조용한 행복을 준다. 예전에는 이런 것들이 그렇게 소중한 줄 몰랐다.

아마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생각 속에서 마음의 여유를 잠시 잊고 지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의 소리와 풍경이 조금씩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산책길에서 가끔 길고양이를 만난다. 이 녀석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내가 지나가면 조용히 따라오기도 하고, 작은 목소리로 운다.

마치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난 너한테 줄 간식이 없어.”

그렇게 말하면 알아들은 것처럼 잠깐 나를 바라보다가, 아쉬운 듯 몸을 돌려 천천히 걸어간다.

그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기도 하고, 괜히 마음이 짠해지기도 한다.

아무것도 줄 수 없지만, 짧은 눈맞춤만으로도 충분한 순간이 있다.


이런 귀한 순간을 마주할 때면 조용한 기쁨이 찾아온다


산책로는 항상 같은 모습이 아니다.

어떤 날은 조용하다.

바람 소리와 물 흐르는 소리만 들리는 날도 있다.

그런 날에는 생각을 정리하기가 쉽고, 그 자체만으로도 평온함이 찾아온다.


또 어떤 날은 조금 시끄럽다.

스피커로 음악이나 뉴스를 들으며 걷는 사람도 있고, 두세 명이 나란히 걸으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갑자기 자전거 무리가 빠르게 지나가며 바람을 남기기도 하고, 러닝 크루가 힘차게 달려가기도 한다.

다들 나름의 방식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 모습이 괜히 흐뭇하게 느껴진다.


조용한 날에는 조용한 즐거움이 있고, 시끄러운 날에는 시끄러운 활력이 있다.

그 안에는 일상 속 따뜻한 삶의 기운이 있다.

굳이 거창한 의미를 찾지 않아도, 이 순간이 충분하다는 느낌이 든다.


산책은 그저 천천히 걷고, 하늘을 보고,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어쩌면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일상 속에서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바쁘게 살아가던 시간 속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작은 장면들이, 느리게 걸을 때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