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씨앗처럼 말해요

by 정예슬

1학년 겨울 방학을 맞이하여 시작한 하브루타 그림책 모임은 개학날이 되도록 이어졌다. 주 1회의 수업으로 지금까지 총 여섯 권의 그림책과 함께했다.


보통 그림책 하나당 엄마와 아이는 10개의 질문을 함께 만들고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처음에는 내가 일방적으로 물어봤는데 점점 아들도 질문 만들기에 익숙해졌다. 책을 거듭해 읽을 때마다 질문의 다양성과 사고의 깊이가 확장됨을 느낀다.


친구들과 만나면 집에서 주고 받은 질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 3가지를 골라 발표하고 친구들에게도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그렇게 한 권의 책을 읽고 여러 개의 질문과 만나보는 경험은 생각보다 더 특별했다. 우리 가족들 사이에선 전혀 생각할 수 없는 독특한 질문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림책의 재미를 넘어서는 질문들의 향연. 종잡을 수 없이 톡톡 튀는 아이들의 답변.



하브루타 그림책 모임에는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것 그 이상의 즐거움이 있다.



무엇보다 생각에 대한 생각, 즉 메타인지를 기르는데 이보다 더 훌륭한 방법이 있을까? 나의 생각 뿐 아니라 친구나 부모의 생각에 대해 또 다시 생각하고 정리하길 반복한다.


조던 스콧의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를 읽고 '나는 00처럼 말해요'라고 생각해보자는 질문을 던졌다. 그 때 아들은 이런 대답을 했다.


"나는 씨앗처럼 말해요. 처음엔 씨앗처럼 쑥쓰러워하다가 싹이 용기를 내어 쑤욱 나오고 풀잎이 쏘옥 피어나듯이 말할 수 있어요. 아직은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요. 꽃이 피었어요. 마음을 열어요. 이제 마음을 활짝 여는 열매가 맺혀요. 그러면 나는 또박또박 잘 말할 수 있게 되어요."


본인이 말을 잘 하게 되는 과정을 씨앗이 자라는 과정으로 설명한 것이다. 식물의 성장과 동일시한 것이다.


시드니 스미스의 <괜찮을거야>를 읽고 난 아들은 "고양이가 집에 들어가는 방법"이라는 질문을 스스로 만들었다. 추운 겨울날 고양이가 사라진 주인 소녀가 전단지를 붙이며 고양이를 찾아다니는 이야기다.


마지막 장면에서 고양이 발자국이 집 담벼락 앞에 있는 걸 보고 집을 잘 찾아왔다고 생각한 아들은 뒷 이야기를 이렇게 상상해보았다.


"고양이는 점프력이 좋으니 나무를 타고 2층 유리창 위로 올라가요. 대문 위쪽 고양이 전용 통로를 이용해서 집으로 들어갈 수 있어요."


그림상으로는 동그라미 세모의 그냥 대문 위 문양인데 아이 눈에는 비밀 통로처럼 보이나보다. 그 기발함과 순수함이 참 귀엽다. 앞으로도 아이의 아이다움이 쭈욱 이어지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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