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천당에서 진리를 외치다

by 정예슬


"엄마, 얼마나 남았어요? 뭐 재밌는 거 없어요?"


한바탕 물놀이를 즐기고 차에 타자마자 곯아떨어졌던 아들들. 자고 또 자도 여전히 고속도로 위다. 무엇보다 위험한 건 내가 졸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일리톨 껌도 바닥났다.


'졸음 쉼터도 없는데...'


불현듯 오디오북이 떠올랐다. 밀리의 서재에서 <이상한 과자가게 전천당>을 발견하고 '내 서재'에 담아두었던 것.


"어서 오십시오, 행운의 손님.

여기는 전천당입니다.

무엇을 원하시나요?"


오소소한 음악과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과자가게 주인 미야코. 우리는 숨 죽이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20일이 넘는 방학 동안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전천당에 들렀다. 총 14권까지 있는데 한 권당 3시간이 넘는 분량이다. 방학 마지막 날인 어제 마지막 책을 듣기 시작했다.




"엄마, 대체 무슨 맛일까요?

엄마는 어떤 능력이 있는 과자를 먹고 싶어요?"


하나같이 이런 맛은 처음이라며 호들갑을 떨어댄다. 맛이 궁금하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덩달아 침이 고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니까. 하지만 달콤한 맛에 뒤따르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부작용을 막기 위해 주의사항을 꼼꼼하게 읽어야 하지만, 솔직히 누가 과자 봉지에 적힌 내용을 그토록 상세히 본단 말인가. 읽었다 한들 잊기 십상이다. 어쩔 수 없이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은 잘못 사용된 능력 때문에 아파하거나 후회하고야 만다.






'앵무새 코인 초콜릿' 편도 그랬다. 주인공은 그 초콜릿을 먹고 어떤 소리든 흉내 낼 수 있게 되었다. 친구들이 성대모사의 달인이라 추켜세워주니 얼마나 좋았을까? 장차 개그맨이 되고 싶었던 그녀다. 꿈에 가까워진 기분으로 오디션을 준비 중이었다.


"야! 그렇게 쉬운 소리는 누구나 다 낼 수 있거든. 뱀 소리 같이 어려운 걸 해 봐~"


잘 나갈 때를 조심하라고 했던가. 주위에 시기, 질투하는 이들이 생겼다. 한 친구의 도발에 그녀는 그만 뱀 소리를 내고 마는데... 아뿔싸. 앵무새의 천적 뱀 소리를 내는 순간, 그녀의 목소리는 쉑쉑 거리는 기계음으로 바뀌어 버린다.


보통은 이렇게 이야기가 끝난다. 주인공이 후회하며 다시 전천당을 찾아 헤매는 것으로. 이번엔 아니었다. 전천당의 비밀을 연구 중인 한 남자가 찾아와 주인공에게 놀라운 사실을 알려준다.




"유명한 개그맨 카나리아 알지? 그 사람도 전천당에서 앵무새 초콜릿을 사 먹었어. 그래서 성대모사를 굉장히 잘하게 되었지. 하지만 너처럼 뱀 소리를 내는 바람에 쇳소리가 나기 시작한 거야.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어. 그 목소리를 살려 자기만의 특색 있는 성대모사를 시작했지."


평소 롤모델이었던 유명 개그맨이 자기가 먹었던 초콜릿을 먹은 것도 모자라 같은 부작용을 겪었다니! 심지어 그런 핸디캡을 안고 최정상에 올랐다. 주인공은 더 이상 낙담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갑자기 바람이 불고 옆에서 고래가 헤엄쳤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 속 주인공이 어떤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떠올렸을 때의 장면^^)


와... 평소 전천당 이야기의 교훈은 욕심을 부리지 말자, 매사 신중하자, 정도다. 그런데 오늘은 엄청난 진리가 담겨 있었다.



현재에 만족하기!

지금 이 순간을 살기!




"당신이 좋아하지 않는 것을 가졌다면, 당신의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을 때까지 당신이 가진 것을 좋아하라. 삶을 증오하느라 정력을 낭비하지 마라. 당신이 원하는 삶을 만들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그동안 삶에서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을 찾아라. 매일 무엇인가에 행복해하라."

- <행복하다고 외쳐라>, O.S. 마든 중에서



전천당을 듣다가 이 문구가 떠올랐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나 처한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 그것을 증오하고 불평을 쏟느라 바쁘진 않은가? 과거를 후회하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재단하며 현재를 놓치고 있진 않은가?


'지금'을 놓치지 말자. 현재를 부정하지 말자는 것이다. 똑바로 직시하고 작은 기쁨과 감사를 발견하자.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알아차리는 것'이다. 행복도 훈련이다.


로또에 당첨되면 어느 순간 행복해지리라 생각하는가? 더 큰 불행으로 나락에 떨어지는 사람도 많다. 그토록 원했던 일을 해내고도 허무 타령에 빠져 행복과 멀어지기도 한다. 한 순간에 얻어지는 건 없다.



여기서 행복해야 거기서 행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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