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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언니 정예슬 Jun 21. 2022

부모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무서운 이야기!


비가 올 거라더니 후덥지근 습하고 더운 날이었다.

도서관에 신청해 둔 예약 도서가 도착했다는 핑계로 나 홀로 잠시 집을 나섰다.

기분 좋게 책을 빌려 나오던 참, 우웅 진동 소리와 함께 핸드폰 액정에 세진(가명) 언니 이름이 떴다.




나: (소곤소곤) 언니야~


언니: 응 예슬아 어디고?


나: 도서관에서 나가는 길~ 이제 밖으로 나왔음!! 통화 가능해~


언니: 응~ 예슬아, 내가 정말 무서운 이야기 하나 해 줄게!


나: 잉? 무서운 이야기?!?!


언니: 응. 나 요즘 독박 육아 중이잖아. 남편은 주말에도 바빠서 잘 못 내려오거든.


나: 헉. 언니... 평일엔 루루(첫째 딸 가명)가 어린이집 간다지만 주말엔 신생아랑 6살을... 힘들어서 어떡해ㅜㅜㅜ


언니: 응... 그렇다... 그래도 자기 전에 루루 책은 읽어줘야겠는 거야. 그래서 어젯밤에 루루한테 말했지...

 "루루야, 엄마가 책을 읽어주려면 힘을 내야 해서 커피를 좀 마셔야 해. 잠깐만 기다려 줘."

그랬더니 루루가 뭐라는 줄 아나?


나: 음....... 모르겠다. 뭐래?!?!?!?


언니: "엄마! 엄마는 힘이 없어요? 나는 힘이 계속 계속 올라와요!!"


나: 으아아아아아아~~~ 진짜 무섭다!!!!!! 밤 열 시에 힘이 계속 계속 올라오다니!!!!! 루루야 그러면 안 돼ㅜㅜㅜㅜ




아이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라도 무서워할 이야기 아니겠는가.

야밤에 엄마는 책 읽어주고 재워야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커피를 마시는데!

아이는 다시 힘이 솟아올라 계속해서 깨어있을 준비를 하다니...




나도 종종 첫째 말에 놀라곤 하는데...


아들: 엄마... 엄마는 어릴 때 잘 잤어?


나: 응. 엄마는 베개에 머리만 닿으면 잤어~ 아빠도 그랬다더라.


아들: 하니(둘째)도 잘 자는데... 나는 혼자 유전자가 다른가 봐.  잠이 안 와...


나: 오늘 신나게 놀았는데 피곤하지 않아?


아들: 정신이 말똥말똥 해.


나: (헉!!!!!)




어젯밤에도 아들은 남편과 나 사이에 끼어 엄청난 발차기 공격을 해대며 같이 잤다.

아이들이 잠을 못 자는 게 무서운 일이 될 줄이야~

엄마가 되기 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예전엔 이런 모든 상황을 못견뎌했다.

육아가 너무도 힘들어 종종 이렇게 생각했다.


'난 육아 체질이 아니야. 살림이랑 안 맞아!'


하지만 요즈음 나는 좀 변했다.

육아를 하며 예전에는 몰랐던 감정과 생각들이 차곡차곡 더해질 때면

나의 납작했던 마음에 바람을 불어넣고 온기를 채워 입체 모양으로 변하는 기분이 든다.


내 가슴속 '하트'가 타인을 더 많이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마음을 열어 새로운 일과 느낌들을 쑥쑥 받아들이고 싶다 생각한다.



'우리는 고통스러운 육아 터널을 지나는 것이 아니라

돈 주고도 할 수 없는 신비로운 육아 체험 중이다'라는 마법의 주문을 외워보자!


내 인생을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갈 것인지는 모두 내 마음에 달렸다.

오늘도 들뜬 마음 안고 육아 체험 현장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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