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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언니 정예슬 Mar 11. 2023

휴직맘 일상

평온이 별 건가

 따뜻하다 싶어 패딩을 싹 집어넣으면

다시 추위가 휘몰아치는 변덕쟁이 3월.


 무엇보다 학교에서 3월은 잔인함으로 통한다.

신학기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움직여야 하니 말이다.


 작년에 바쁘다 바빠ㅡ를 외치며 오랜만에 담임 준비를 하면서 첫날 반 아이들 목에 2학년 2반 이름표를 매달아 주었다.


 하루가 지났고 몇 명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선생님, 우리는 3반인데 왜 2반이라고 되어 있어요?"

 "응? 어디???"

 "여기 이름표요."

 ".......... 아... 알려줘서 고마워. 선생님이 실수했네. 이름표 걷을게요. 1 분단부터 일어나서 교탁 위에 두고 들어가세요."


 다음 시간 <틀려도 괜찮아>를 읽으며 말했다.


 "아까 선생님도 실수하는 거 봤지?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단다. 틀려도 괜찮아! 그렇게 배우면서 크는 거야."


 속으로 생각했다. 언제까지 클 거니. 으이구ㅡ


 

아들둘과 자전거 나들이 다녀오는 길



 올해는 휴직이다! 야호~~~ 3월이 그토록 정신없이 바쁘진 않을 것이다.


 '아침에 아이들을 보내고 여유롭게 차를 한 잔 마신 뒤, 뒷산 산책을 해야지. 하루에 한 편씩 뚝딱뚝딱 글도 쓸 수 있을 거야.'


 첫째가 1학년 때는 아들이 학교 다녀오자마자 이런저런 학원을 다녔고 둘째는 어린이집에 다녔으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그런 날을 고대했다.


 입학식 날은 수업이 없으니 제외하고~ 드디어 고대하던  3월 3일이 되었다. 아침 9시가 조금 안되어 아이들을 등교시켰다. 엄마들과 커피 타임을 했더니 벌써 데리러 갈 시간이다. 뭐 첫날이니까.


 다음 주 월요일. 아이들을 보내고 운동복 차림으로 조금 먼 공원에 걸으러 갔다. 여유롭게 카페에 갔다. 언제나처럼 핫하게. 음. 12시 20분?!!?!? 10분 안에 교문으로 가야 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가는데 앞서 가던 엄마로 보이는 여자가 갑자기 뛰기 시작한다.


 "벌써 나왔어요?!? 저 지금 가고 있어요!!!"


 몇 반이길래 벌써 나온 거야?!?! 나도 미친 듯이 뛰었다. 다행히 우리 아이 반이 아니다. 교문 앞에서 땀을 식히며 아이를 기다린다. 1학년 친구들과 한 시간을 내리 논다. 한 시간 뒤 3학년 첫째가 온다. 다시 한 시간을 더 논다.


 집에 와서 간식을 먹고 엄마표 공부를 시작한다. 사교육 제로 프로젝트라지만 피아노나 태권도 정도는 가도 되는데 겨우 주 1회 축구 교실 하나만 가고 있다. 휴우. 엄마를 사랑해 줘서 고마워. 수학, 연산, 국어, 피아노까지... 겨우 끝이 났다.


 저녁 먹을 시간이네? 헛. 돌아서니 가족 독서 시간이다. 책을 읽고 독서 기록을 적고 일기도 쓴다. 영어는 녹음을 해서 밴드에 올린다. 어느새 50일이 훌쩍 지났다.


 아이들을 재우며 나도 뻗어버린다.


 하루종일 온 에너지를 다 쏟으니 체력이 딸린다. 몸에 좋다는 비타민을 주문했다. 빨리 왔으면 좋겠다.


 적고 보니 하루하루 바쁜 건 휴직맘이나 워킹맘이나 다를바가 없다. 하지만 온전히 가족에게 신경을 쏟을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나에게도 시간을 나눌 수 있으리라.


 평온이라는 단어가 별 건가. 별 탈 없이 흘러가는 일상, 이게 평온이지 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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