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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언니 정예슬 Mar 29. 2023

놀이가 밥이다

  3월의 마지날입니다. 따뜻한 날씨에 운동장 수업이 더해져 글쓰기 공책도 풍성해졌습니다. 두 줄로 시작한 글쓰기가 다섯, 여섯 줄이 되고 한 페이지를 꽉 채우는 아이도 있었답니다.



  편해문의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라는 책에 보면, "하루를 잘 논 아이는 짜증을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물론 이때의 놀이는 오락이나 게임과 다릅니다. 오락은 하고 나면 시간이 지나 후회로 남지만 놀이는 시간이 지났을 때 추억이 됩니다. 유년기의 놀이 추억은 어른이 되어 견디기 어려운 어느 날, 문득 떠올라 든든한 힘이 되어주지요.



  아이들에게 내일은 또 어떤 정성스럽고 따뜻한 놀이밥을 퍼줄지 고민하는 시간입니다. 놀 땐 신나게, 공부할 땐 집중하여, 즐겁고 행복한 2학년 3반이 되었으면 합니다. 3월 한 달 잘 적응해 준 우리 아이들에게 격려의 말씀 아끼지 마시고 서로 소감도 나누어보시면 좋겠습니다. 4월은 더 기쁘고 아름다운 날들로 가득하리라 믿습니다 :)



1. 꿈 발표 영상 4/3까지 하이톡으로 보내주세요.

2. 연필, 지우개, 자는 항상 필통에 넣어 다닙니다.

3. 내일은 체육관 수업이 있습니다. 편한 복장과 줄넘기를 준비해 주세요.

4. 점심으로 샌드위치 간편식이 제공 중입니다. 하교 후 방과 후나 학원으로 가는 아이들의 경우 아침을 든든히 먹여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남은 하루도 찬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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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이맘때 뭘 했나 뒤져보니 알림장보였. 오랜만에 맡은 담임이었다. 첫째와 동갑인 2학년 아이들과 하루하루 설레는 나날을 보냈다.



  "우리 애 담임 선생님은 맨날 놀아요!!!!"



  며칠 전 동네 엄마가 조금은 불만 섞인 말투로 말씀하셨다. 그 아이도 2학년. 1, 2학년 교육과정 특성상 교과서에 놀이 시간이 많다. 물론 1학년에 비해 공부하는 양도 늘지만 여전히 통합 교과는 놀이 위주다.


  물론 담임교사 재량에 따라 똑같은 내용을 몸 놀이로 풀어낼 수도 있고 그림책을 찾아 읽을 수도, 혹은 타악기를 다룰 수도 있다. 최대한 골고루 경험하도록 하겠지만 교사의 성향과 특기에 따라 조금씩 특정 분야로 재구성된다.


  어쨌거나 초등 저학년은 많이 논다. 교육과정 그렇다. 유치원생과 구별이 가지 않는 외양의 아이들이 네모난 교실에 들어와 네모난 책상에 앉아 네모난 교과서를 보며 40분을 앉아 있어야 한다.


  어른들도 20분 아니 10분만 넘어가도 몸이 배재 꼬인다. 그런 아이들이 통합이나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노는 게 그렇게 잘못된 것인가? 핸드폰이나 유튜브를 보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즐겁게 노는 게 뭐가 그렇게 문제일까? 어쩌면 갈등 상황이 두려운 건지도 모르겠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 관계에서도 가까이 생활하다보면 뜻밖의 오해와 갈등이 생긴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아이들은 오죽하랴. 하지만 우리 아이들도 자라는 중이다.


  '아, 이 아이는 이럴 때 짜증을 내는구나.

   이런 말을 하면 친구가 싫어하는구나.

   친구가 저런 행동을 하면 내가 불편하구나.'


  아이들도 직접 겪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 무엇보다 스스로 충분 일어설 힘이 있다. 제발 엄마가 나서서 모든 날개를 꺾지 않으셨으면 한다.


  그리고 제발 좀, 아이들에게 놀 시간을 주자. 자전거 타고 팽이 돌리고 밖에서 뛰어 놀 시간은 안 주면서 핸드폰은 왜 쥐어주는 건지 모르겠다. 이거 하면 핸드폰 게임하게 해 줄게?!?!?! 그 공부 안하고 핸드폰 게임 안 깔아주는게 아이에게 백 번 천 번 낫다.


  불안감을 마구 조성하는 사교육의 노예에서 벗어나자. 초등 저학년은 책 읽고 엄마 아빠랑 얘기 나누면서 깔깔 거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우리 집 3학년은 3월부터 <변신>, <동물농장>에 이어 오늘은 <걸리버 여행기>에 빠졌다. 학교에서 충분히 공부하고, 낮에는 실컷 뛰어놀고 저녁에는 읽고 쓰고.


  학군지에 살면서 왜 학원을 안 보내냐고 묻는 사람들이 다. 내가 학군지에 들어온 이유는 공부 시키려고 학원 보내려고 온 게 아니다. 아이들 많은 곳이라 어울려 놀게 하려고 안전하게 놀게 하려고 온 것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같이 놀 친구들이 줄어들긴 하지만, 형제라 다행이다?!







#글로성장연구소 #별별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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