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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언니 정예슬 Jun 21. 2023

어디로 튈지 몰라!

도대체 너란 아이는!

방치한 브런치를 찾게 만드는구나.

바로 첫째 때문, 아니 덕분이다.


사건의 시작은 종이 팽이.





"포스틱 싫다고!!"

"안 그럼 모르잖아~"

"몰라도 상관없어!"


한참을 실갱이 하는 형제 곁으로 갔다.


네모 아저씨 팽이 가득 든 박스 곁에

구겨진 포스트잇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다.

둘째가 말한 포스틱은 포스트잇이었다.


첫째가 써서 붙이려고 했던 건

공격형, 방어형, 스테미나형.


같은 타입끼리 팽이 시합을 하자는 건데

둘째가 계속 모른다고 하니 써 붙이려던 거다.


"포스트잇에 붙이면 붙이고 뗄 때 구겨지거나

뜯어질 수도 있어!"

"그럼 그냥 팽이에 살살 이름 쓸게.

"싫어. 그것도 구겨진다고~"




도돌이표다.

자야 할 시간이라 타이르고 둘을 갈라놓는 수밖에 없었다.

둘째를 먼저 재우며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럼 공격형은 1, 방어형은 2 이렇게 번호로 쓰는 건 어때? 엄마가 네임펜으로 구겨지지 않게 살짝 써줄게."

"그럴 필요 없어요. 공격형이랑 스테미나형 붙어도 재밌고 같은 공격형끼리 붙어도 괜찮아요. 꼭 같은 타입끼리 시합할 필요 없어요~"

"아... 그렇네?! 그럼 형아 재울 때 얘기해 볼게."




그러고서 첫째에게 둘째와 나눈 얘기를 했다.


"아니에요. 처음엔 자기도 같은 타입끼리 하자고 했어요. 그런데 헷갈려서 포스트잇에 써 붙이자고 하니까 갑자기 싫다고 한 거예요. 직접 팽이에 쓰는 것도 싫다고 하고."

"열심히 접었는데 구겨질까 봐 그런가 봐~"

"으휴... 내가 살살 쓸 수 있는데... 쟤는 저렇게 깔끔한 걸 좋아해서 어떡해요. 배꼽에 때도 없겠네."

"응?!?!? 갑자기?!? 배꼽에 때가 없으면 어떻게 되는데?"

"그러면 배가 아프죠. 그래서 쟤가 자주 배가 아픈 거예요. 때가 우리 몸을 보호해 주는데!"

"아... 때가 피부를 보호해 주는구나?"

"네!!! 억지로 때를 없애면 안 돼요!"

"으음.... 그래서 엄마도 배꼽 때 안 떼..."


갑분때!!!!!




푸하하하하하. 잘 밤에 너무 웃겨서 혼자 실실 거리며 방으로 왔다. 자려고 누웠는데 계속 생각나서 결국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의 톡톡 튀는 생각이 참 신기하고 신선하다. 큭.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생길까?




인생이 숙제야?


오늘 밀라논나 할머니께서

인생을 숙제가 아니라 축제처럼 살라고 하셨는데!


아들과 나눈 이 소소한 행복이 축제만큼 재미있다. 즐거운 기분 머금고 굿나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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