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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언니 정예슬 Sep 20. 2023

그래도 좀 아깝다

초등교사 사직 20일 차

대학원도 나왔는데 너무 아깝다.
교장까지 할 줄 알았는데...




2009년 2학기부터 시작한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2023년 8월 31일부마쳤다.



20년 이상일 경우 명예퇴직이고

정년을 채우면 정년퇴직이다.

나처럼 그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의원면직이라고 한다.



정확히 20년 만에 명퇴가 가능했다면

그렇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명퇴 신청자가 많아서

연차별로 자르면 의 30년을 해야 가능하단다.



물론 지역별로 다르겠지만

10년 넘게 남았다고 생각하니

1억 명퇴금이 작은 금액은 아니지만

그만한 메리트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무엇보다

그만둘지말지 여부를 고민하는

에너지가 너무 아까웠다.

그 시간에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렇게 의원면직을 결심했다.

분명 동의하고 알아서 하라던 엄마였는데

지나가듯 내뱉으신

어쩌면 솔직한 그 심정에

답을 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엄마 나 교장 승진이 되려면

점수 모아야 하는데 1도 없었어요!

뭣보다 그 세계에서 피 터지고 싶지 않아요.

피가 터져도 내가 좋아하는 일에서 터질래요."



내가 좋아하는 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사람들과 나누는 것.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참 좋아했다.

지금도 좋아한다.

하지만 학교도 엄연한 직장이라

원치 않는 업무와 민원이 많다.

정작 가르치는 일은 등한시되기도 한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그리우면

언제라도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나왔다.

초등 1급 정교사 자격증이 있으니

학교에 기간제나 시간 강사로 가도 되고

공부방이나 학원을 차려도 될 일이다.



더 좋아하는 일이 생긴 이상,

일에 온 힘을 쏟 못하는 게 더 아까웠다.

그래서 의원면직을 결심했다.

하고 싶은 일을 더 재미있게 하고 싶어서.








어느새 시간은 흘러 사직 후 20일이 지났다.

이번주 토요일, 초대받은 강연 주체처럼

나는 지금 책으로 먹고사는 중이다.



책을 써서 강연을 하여 먹고살고

독서모임을 운영하며 먹고 산다.

지난주에는 독서모임 리더를 위한

유료 코칭 프로그램을 열었다.




교사 월급 찢었다!






<백만장자 메신저>를 읽고 '원데이 클래스, 소규모 밀착 코칭, 1:1 프리미엄 코칭' 3가지 유료 클래스를 오픈한 것이다. 



독서모임 운영법 무료 특강과

푸짐한 후기 선물을 준비하여

250여 명 앞에서 강의한 후

만들어진 결과다.




너무 좋은데요? 계약해요!!!




어린이를 위한 철학 교양서도 계약을 진행하기로 했다.

내 생애 첫 번째 동화책이다.

책으로 먹고사는 일이 꽤 다양하지 않은가?




방금은 아모레퍼시픽 마케팅사에서 연락이 왔다.

제로웨이스트 관련 멋진 협업이 예상된다 :)




나는 학교를 나오며 먹고살 일을 걱정하지는 않았다.

걱정할 거면 애초에 나와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갑자기 엄습하는 불안은 어쩔 수 없지만,

걱정 말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뭘로 먹고살지?
내가 잘하는 게 뭘까?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준 경험이 있나?





그렇게 차근차근 나를 찾고 꿈을 찾는다.

생각에 그치지 않고 빠르게 실행하는 게 핵심!

나에게는 이미 충분한 능력과 지혜가 있으며

새로운 인생 2막을 꾸려나갈 힘이 있음을 믿는

확신감도 중요하다.





일련의 일들을 말씀 드렸고 확신도 안겨드렸다.

대학원에서 배운 것들과 논문 주제를 바탕으로

쓸 수 있는 책과 강의에 대해서도 말씀드렸다.

가만히 들으시던 엄마가 말씀하셨다.


"진작 나올 걸 그랬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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