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에도, 아침에 일어나 학교 가는 길에도 내내 걱정 타령이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부터 유난히 적응이 느린 아이였다. 예민하고 불안도가 높은 아이. 그래도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 때마다 긴장도가 낮아지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한결 쉬워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초1이 되자 리셋이다.
걱정 많은 아들을 위해 걱정 인형을 선물했다. 알록달록 푸른빛 니트 조직의 주머니 속에 작은 걱정 인형 여섯 개가 들어 있었다. 걱정 인형은 과테말라에서 오래전부터 전해져 오는 인형이다. 아이가 걱정으로 잠들지 못할 때 부모들이 천 가방에 인형을 넣어 아이에게 선물해 주었다고 한다. 아이가 인형을 꺼내 걱정을 말하고 베개 밑에 넣어두면 부모가 베갯속 걱정 인형을 치워버린다. 그리고 아이에게 "네 걱정은 인형이 모두 가져갔어."라고 이야기해주어 아이가 자신의 걱정이 사라졌다고 믿게 되는 것이다.
둘째 임신 중에 교통사고가 나서, 응급 맥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태아가 많이 놀랐는지 아래로 많이 내려오는 바람에 조산을 방지하기 위해 자궁 경부를 묶는 수술이었다. 그때 두 달 가까이 누워서 생활해야 했는데, 병원에서 걱정 인형 만들기 키트를 주셨다. 긴 막대에 헝겊으로 얼굴을 꾸미고 털실로 머리카락을 붙이며 잠시 걱정을 잊었던 기억이 난다. 둘째가 무사히 출산하는 날까지 걱정 인형을 가지고 있었는데, 위안이 되어주었던 기억이 있다.
다행히 아들에게도 걱정 인형은 큰 효과를 발휘했다. 자기 전에 이런저런 걱정을 이야기하고 베개 밑에 조심히 넣어두었던 아들은, 다음날 방긋~ 웃으며 학교에 갔다.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는 길에는 "엄마! 걱정 인형이 정말 내 걱정을 다 가져갔나 봐요. 오늘 정말 재밌었어요."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아가씨는 아들에게 그림책 몇 권을 선물해주었다. 그중에 매일 같이 읽고 있는 책이 바로 <그 녀석, 걱정>이다. 작은 점이었던 그 녀석은 점점 커져서 거대하게 주인공을 짓누른다. 주인공을 집어삼킬 것처럼 무시무시한 그 녀석의 정체는 바로 '걱정'이다.
그 녀석 걱정은 전학생이 온 날 나타났다. '나를 좋아할까? 싫어하면 어쩌지? 어떻게 친해질 수 있을까?' 라며 전학생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었던 주인공의 걱정 때문에 생긴 녀석이다. 그 녀석 걱정은 자꾸 떼어내려 애쓰고 도망치며 회피해서는 사라지지 않는다.
"두려움에 맞서기로 결심한 순간,
두려움은 증발한다."
ㅡ 앤드류 매튜스
'왓칭!' 걱정을 가만히 바라보자. 그리고 천천히 생각해 본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마음인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걱정을 걱정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하자.
오늘도 아들은 걱정 인형에게 걱정을 말한다.
"내일 태권도 잘 갈 수 있을까? 걱정되네."
막연한 걱정은 두려움이 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고 입으로 뱉은 걱정은 더 이상 걱정이 아니다. 아마 내일 아들은 씩씩하게 학교와 태권도장을 잘 다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