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미타주 박물관
소위 ‘세계 3대 OOO’라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일본인들이 만들었다고 한다. 얼마나 많이 만들어놨는지, 대부분의 분야에서 일본인들의 자의적으로 꼽아둔 ‘세계 3대’가 존재한다. 서열 매기기 좋아하는 건 한국인도 매한가지라서, 일본인이 만들어둔 ‘세계 3대’를 적극적으로 들여 왔고, 나 또한 어려서부터 각종 ‘세계 3대’를 듣고 말하며 자라왔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가 <세계 3대 박물관>일 것이다.
하지만 역시 권위 있는 곳에서 인증 받은 개념이 아니다보니, 개인의 편의나 이해관계에 따라, <세계 3대 박물관>이라는 명칭은 다르게 구성되어 구전되고 있다.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은 필수인지 꼭 들어가는 형편이고, 5개의 박물관이 바뀌어가며 나머지 두 개의 박물관을 구성하는데, 그 5개의 옵션은 영국의 ‘대영박물관’, 미국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이탈리아(엄밀히 말하면 바티칸 시국)의 ‘바티칸박물관’, 대만의 ‘고궁박물원’, 그리고 마지막이 러시아의 ‘에르미타주 박물관’이다.
상기한 박물관을 모두 방문해본 입장에서, 세계 4대 박물관으로 정하는 것이 맞아 보인다. 그리고, 그 네 곳은 전 세계의 유물을 망라한다는 점에서 루브르박물관·대영박물관·에르미타주박물관·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 꼽히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른 아침부터 개관시장에 맞추어 에르미타주 박물관에 입장하기 위한 줄이 멀리까지 늘어져있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이 위치한 궁전광장은 하필 행사로 인해 중간을 모두 폐쇄해 놓은 상태였다. 제정 러시아 붕괴의 시발점이 된 1905년 ‘피의 일요일’ 사건과, 볼셰비키 혁명(10월 혁명)이 일어난 역사적인 장소인데, 하필 막혀 있어 아쉬웠다.
300만점 이상의 소장품을 가진 박물관 답게 규모가 엄청난데, 겨울궁전, 小에르미타지, 大에르미타지 궁전 등이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어, 하루 종일 둘러봐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이다. 소장품은 전 유럽을 망라하는데, 그중에서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작품(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과 16세기·17세기 네덜란드 작품(루벤스와 렘브란트)의 구성이 대단하다.
<뱀을 잡는 아기 헤라클레스>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인데, 빠르게 성장해 구 유럽 국가들을 압도하고자 하는 신생 러시아의 열망을 상징하는 작품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주제지만, 특히 신생 러시아를 표현 하기 위한 주제로 적절해 러시아에서 많이 제작되었다고 한다.
미술품도 미술품이지만, 궁전 건축 자체의 화려함도 대단했다. 대사의 계단이라 불리는 2층 계단부터, 짜르의 옥좌가 있는 표트르 대제의 방, 파빌리온 홀 등은 화려하다 못해, 잔인할 정도였다. 얼마나 농노를 쥐어짜서 만든 ‘화려함'일까. 혁명이후 겨울궁전에 들어온 러시아 병사가 기가 막혀하는 장면이 ‘소련의 화가 블라디미르 A. 세로프’의 <겨울 궁전에 쳐들어간 적군 병사들>이라는 작품에 잘 나타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