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
뭐든 한 가지에 빠지면, 끝을 보는 성격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중학교 3학년, 일본 문화에 깊이 빠져있었다. 당시, 일본 문화에 대한 심취가 특별하거나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일본 문화는 아시아에서 가장 앞서있었다. 음악, 드라마, 영화, 예능 같은 대중문화에서 부터, 만화책,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서브컬처, 가무극 노(能)이나 만담 라쿠고(落語)등 전통문화까지, 일본 문화가 주는 이미지는 세련되고, 고즈넉하며, 흥미진진했다.
문화에서 시작된 관심은 곧이어,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 대중문화 컨텐츠의 상당 부분은, 그들의 역사에서 기인한다. NHK는 수십 년째 <요시쓰네>를 비롯한 각종 대하 사극을 편성해 각광을 받고 있고, <삼국지> 시리즈로 유명한 코에이社는, <신장의 야망>, <태합입지전> 등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게임을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만화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누야샤>, <나루토>부터 최근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귀멸의 칼날>까지. 일본은 자신들의 역사와 전통 문화를 세련되게 가공해 대중화하는데 성공했다.
일본의 전국시대는, 중국의 삼국지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흥미진진했다. 이제는 거꾸로, 전국시대와 관련한 모든 작품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전국시대 관련 애니메이션, 게임, 만화책부터 시대극과 영화까지.
중국의 삼국시대처럼, 일본의 전국시대는 수 많은 군웅이 할거한다. 다양한 영웅 군상이 ‘천하를 통일한다’ 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평생을 노력한다는 점이 흥미를 자극한다. 또한 각각의 인물의 특징과, 삶의 궤적에서의 차별점이 두드러져, 보는 이의 관심이 끊기지 않게 한다.
이렇듯 학창 시절 일본 문화와 역사에 대한 흥미와 관심은 지대하였는데, 30살이 다 된 2019년까지 일본의 수도인 동경은 방문해 보지 못했다. 가까운 곳이니 만큼, 2019년 짧은 휴가 일정을 이용해 동경을 다녀왔다. 일본 방문은 2011년 관서지방 여행 이후 8년 만이다.
숙소는 동경의 대표적 재일한국인 거주지 신오쿠보(新大久保)의 한인민박으로 잡았다. 저번 관서여행의 숙소는 오사카 츠루하시(鶴橋)의 한인민박이었는데, 이곳은 관서 재일한국인 집단 거주지이다. 재일교포가 많이 사는 지역이다 보니,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인 민박, 한인 식당 등이 성업하고 있다.
고대하던 동경 방문이니 만큼, 사진을 많이 찍자는 생각에 니콘 DSLR을 가지고 왔는데, 역시나 무거워 생각보다 많이 가지고 다니며 찍지 못했다. 시대의 흐름은 어쩔 수 없다. 점점 좋아지는 휴대전화 카메라가 있는데, 굳이 무겁게 DSLR을 가지고 다니며 찍을 필요가 없어진다. 기술의 혁신에 더해 체력은 점점 예전 같지 않다. 2019년 동경 여행을 끝으로, 더 이상 DSRL을 들고 해외를 나가지 않게 되었다.
2018년 구입해 괌과 라오스에서 잘 사용했던,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 역시 2020년 제주도 여행을 끝으로, 내 손에서 점점 멀어졌다. 삶에서 휴대전화가 완전히 카메라를 대체하게 된 것이다.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도쿄역을 중심으로 하는 마루노우치(丸の内)로 나섰다. 일본을 대표하는 장소 중 하나인, 황거(皇居)가 이곳에 위치한다. 외부 녹지까지는 일반인 출입이 가능하지만, 천황 일가가 거주하는 내부 구역은 새해나 천황 탄생일에만 대중에게 공개하고 축하를 받는다고 한다. 과거 이곳은 덕천 막부의 에도막부가 위치한 에도 성이었으나, 1868년 대정봉환 이후, 교토의 명치 천황이 동경으로 거소를 옮기며 황거로서 기능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이봉창 의사의 사쿠라다몬 의거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진으로만 보던 이중교를 보니 동경에 왔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