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名 家門의 문장
본격적으로 동경 일대를 다니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인기 있는 여행지인 디즈니랜드, 오다이바, 신주쿠, 시부야, 긴자, 하라주쿠는 과감히 생략한다. 각각, 한국의 롯데월드, 용산, 강남역, 홍대, 압구정, 신촌 등에 해당한다. 최첨단 유행을 달리는 쇼핑이나 먹거리 등에는 큰 관심이 없어 방문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필수적으로 방문할 곳은 우에노이다. 이 곳에는 동경국립박물관과 국립서양미술관이 있다. 특히 명치시대인 1872년 개관한 동경국립박물관은, 일본 최초의 박물관이자, 일본을 대표하는 박물관이다. 전체 수장품은 10만 점이 넘으며, 일본의 국보만 87건이 있다. 국립 서양미술관은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서양미술품을 보유하고 있는 미술관으로, 로댕과 르누아르의 컬렉션이 특히 화려하다.
다양한 박물관의 수장품 중, 전국시대 무장들의 투구들이 주는 인상이 뚜렷하다. 장수들의 투구에는 각 가문의 문장이 대문짝만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일본은 유교와 한자 문화를 공유하는 중국, 한국, 월남 등과 다르게 독특하게도, 같은 시대 유럽의 국가들처럼 중세 봉건제를 경험하였다. 일본의 봉건제는 왕-영주-농노로 이어지는 계급적 구조뿐 아니라 문화적 부분에서까지 유럽의 그 것과 일치하는데, 대표적인 예시가 가문의 문장이다.
봉건시대 유럽의 각 가문은 갑주와 깃발을 위시한 전쟁 용품부터, 성의 인테리어·식기 등에 가문의 문장을 사용하며, 타 가문과 구분되는 정체성의 표시 및 권력의 상징물로서 가문의 문장을 활용하였는데, 이는 일본 전국 시대 대명 가문의 문장 활용과 정확히 일치한다.
같은 시기 중국와 한국에서는 각각 명나라와 조선으로 상징되는 <近世>가 진행되고 있었으며, 봉건 영주가 아닌 관료가 왕을 대신하여 지방에 대한 관리·감독을 시행 하였다. 관료제 국가에서 가문의 문장은 어떠한 의미가 없었고, 있어서도 안되었다.
대정봉환, 폐번치현 등으로 천황을 중심으로 하는 중앙집권이 실시되자, 가문의 문장은 모두 그 의미를 잃었다. 하지만 몇몇 문장은 현재까지 여전히 살아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일본 내각총리실을 상징하는 오동나무 문장 <五七桐>이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풍신수길 가문의 문장인데, 총리실의 문장으로 사용되고 있는것이다. 이는 아무래도 풍신수길이 막부를 개창하였던 덕천가강과 달리, 관백(천황을 대신하여 정무를 총괄하는 직책)직을 하사받았고, 이 직책이 현대의 총리에 상응하는 직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어, 우에노 동쪽에 아사쿠사에 들렀다. 붉은 뇌문으로 유명한 곳이다. 뇌문은 1865년 소실된 이후, 1960년에 다시 재건하였는데, 높이만 3m에 무게가 100kg에 이른다. 뇌문을 통과해서 센소지로 가는 길에는 각종 상점들이 늘어져 있는데, 이 길을 나카미세도리라고 부른다. 전통 과자점부터, 민예품, 공예품 등 다양한 물건들을 판매하는데 하나같이 정성이 들어간 명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