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점가와 아키하바라
간다(神田)와 진보초(神保町)일대에는 각종 고서점이 즐비하다. 지금이야 조금 퇴색했지만, 일본의 열독율은 대단한 수준이다. 지금도 발행부수 600만부가 넘어 세계 최대의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요미우리 신문은 전성기 발행 부수가 천 만부를 상회한다. 도서 시장의 규모도 세계 수위권을 다툰다. 각종 분야를 다루는 잡지의 가지수도 수천 종에 이른다. 말 그대로 종이와 활자와 나라이다. 그런 만큼 수도 동경의 고서점·서점에는 보석 같은 책들이 즐비하다.
양질의 세계 도서가 대부분 일본어로 번역되다 보니, 과거에는 해외 서적이 주로 현지어-일본어 중역을 거쳐 한국에 보급되었다. 그래서 신문물을 앞서서 보고 싶던 사람은 일본의 서점가로 향했고, 매년 사업구상을 목적으로 연초 일본에 들러 수십 권의 책들을 구입했던,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도 그들 중 한 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야 번역을 비롯한, 각종 기술의 발전으로 세계 어느 국가의 지식도 인터넷으로 쉽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활자가 주는 매력은 여전하다. 마쓰무라 서점, 아시아 문고를 방문하여 '재미있는 책이 있나, 없나' 뒤적거려 본다. 각각 예술 전문·아시아 지역학 전문 서점이다.
만화/애니메이션 강국으로서 일본의 모습을 보여주는 아키하바라도 목적지에서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은 만화/애니메이션 등 1,2차 창작물의 감상으로도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다. (물론 1,2차 창작물도 판매한다.) 동인지, 피규어 등 3차, 4차 창작물로 갈수록 소수의 마니아들을 위한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 생산되다 보니, 단가가 비싸질 수밖에 없겠다.
2000년대 초중반 이전 작품 외에는 잘 모르다 보니, 최신 작품을 중심으로 하는 현재의 서브컬처 시장은 다소 낯설었다. 그럼에도 거대 애니메이션 캐릭터 간판이 즐비한 아키하바라의 초거대 상점가는 분명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도쿄만의 매력이다.
전통 문화, 서브 컬처 등에 가려져있지만, 사실 동경은 세계적인 공연의 메카이기도 하다. 특히 클래식의 경우, NHK 교향악단을 비롯해 세계적인 수준의 오케스트라가 즐비하고, 소리의 보석상자라고 불리는 산토리홀을 비롯해 수준 높은 공연장도 여럿이다. 오케스트라와 공연장이 많으니 상대적으로 공연의 표 값도 한국에 비해 저렴하다.
연극과 대중문화 공연도 아시아에서 가장 활발하다. 도쿄돔 등 거대 공연장 뿐 아니라, 각종 소규모 공연장이 갖춰져 있어 매일 연극과 공연이 이루어지고, 유명 가수의 내일(內日) 공연도 선택지가 다양하다. 방문했던 당시와 2024년 초, 두 번 산토리홀에서의 클래식 공연 감상을 추진했지만, 일정상의 이유로 방문하지 못해 아쉽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