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뮌헨 (3)
독일은 일요일에 모든 박물관이 무료입장이다. 이날을 잡아 나는 뮌헨의 유명 미술관을 섭렵하기로 하였다. 알테피나코텍, 노이에피나코텍은 전 유럽에서도 알아주는 미술관들이다. 알테는 영어로 old라는 뜻이고 노이에는 new라는 뜻이다. 모던 피나코텍도 있었지만 현대미술엔 관심이 없었기에 그곳엔 가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오늘 나는 종범이가 박물관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았다. 종범이와 나는 쇼핑과 미술관에서 대척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결국 우리는 이곳에서 갈라서기로 결정하였다.
내가 미술관에 갈 때 종범이는 쇼핑을 하러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때의 분위기는 정말 진지하였다. 이때 이렇게 갈라서는 거 아닌가하는 걱정마저 들었다. 여행 초기라 종범이랑 이거저거 부딪치는 것이 많았다. 여행을 장기간 하게 되면 같이 그 친구와 처음으로 같이 생활하는 것이라 부딪치는 일이 많다. 우리는 초기에 그것이 터졌다가 어떻게 잘 화합한 경우이다. 나보다 종범이가 더 많이 양보하였다는 점을 인정한다.
이날은 러시아에서 교환학생을 마친 25살의 노어과에 재학중이라는 형과 같이 동행하였다. 종범이는 이형을 따라 신발을 사러가고 나는 미술관에 갔다가 bmw 박물관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였다. 피나코텍에는 서양지성사에서 배운 프리드리히 그림이나 자크루이다비드의 그림이 있었다. 이름만 듣던 거장들의 실제작품을 보게 되어 굉장히 설레었으나 지금은 어떤 그림이 어느 박물관에 있었는지도 헷갈린다.
외대 노어과에 다니던 그 형은 앞서 언급했던 형들과는 달랐다. 유럽생활을 오래해서 그런지, 경험도 많았고 여행에 대한 경험도 많았다. 즐길 줄 아는 형이었다.
오후에는 자신을 김정일이라 참칭하는 독일 노인과 동행하였다. 이 노인은 네이버에 쳐도 나올만큼 한국인 뮌헨 여행자 사이에서 유명한데, bmw 한국지사에 근무해 한국어도 수준급으로 구사하였다. 은퇴한 뒤 취미로 한국 여행객들에게 뮌헨을 무료로 구경시켜 주는 듯하다. 우리는 모든 여행지에 뮌헨의 대표적 호프집으로 적혀있는 호프브로이하우스에 가려했으나 김정일씨는 ‘그곳은 단지 규모가 커서 잘 알려져 있을뿐 진정한 뮌헨의 맛을 알고싶으면 아우구스티너로 가야한다’라는 취지의 말을 한후 우리를 그곳으로 이끌었다. 이곳은 진짜였다! 쌉싸래한 독일맥주와 단백한 학센(독일식 돼지뒷다리), 그리고 독일식 배추절임의 맛은 잊을 수가 없다. 정말 최고의 조합이었다. 호프브로이하우스도 가보았지만 역시 아우구스티너가 최고였다. 김정일 아저씨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벨기에는 유럽에서 맥주로 유명한 나라들인데, 종범이는 4곳을 섭렵했고, 나는 3곳을 갔다. 유럽 여행중에 나는 맥주를 하루에 2000cc이상 먹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로 맥주를 원 없이 마셨다. 정말 즐거웠다. 물대신 맥주를 먹었다. 그만큼 물 값이 비싸기도 했거니와 유럽의 맥주는 정말 맛있었다. 한국에 오니 더 이상 카스나 맥스를 마실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