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부쿠레슈티 (1)
28일 아침 우리는 드디어 여행의 절정을 맞이하러 떠났다. 부쿠레슈티! 차우세스쿠 비련의 도시. 동구 공산권의 몰락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태가 차우세스쿠 사살사건이다. 그 사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건물이 바로 인민궁전이다. 모순적인 이름의 인민궁전. 이름은 인민궁전이었으나, 실상은 차우세스쿠의 독재와 권력의 상징이 바로 인민궁전이다. 공산권 전체의 모순으로 확대시킬 수도 있다. 프롤레타리아 인민독재는 결국 한사람의 독재로 귀결되었다. 그 결과 모든 공산권은 몰락하거나 변화해야 했다. 인민궁전은 공산주의 전체를 대변할 수도 있는 건물이다.
부쿠레슈티 역에서 우리는 윤아와 번호를 교환한 뒤 헤어졌다. 윤아는 불가리아로 떠나는 열차로 환승했고 우리는 부쿠레슈티 역에서 나와 3류 호텔이나마 호텔을 찾기 시작하였다. 결국 그날 우리는 처음으로 이층침대가 아닌 푹신한 침대와 샤워시설을 갖추고 있는 호텔에서 잠을 잘 수 있었다. 호텔에서 여장을 푼뒤 우리는 인민궁전을 찾아 떠났다.
오오 인민궁전. 정말 대단한 위용을 갖추고 있는 건물이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100여장의 사진을 찍은 후 국제학생증의 위엄으로 공짜로 인민궁전을 견학하게 되었다. 이곳 가이드는 루마니아에서도 많이 배운 사람으로서 영어를 정말 유창하게 구사하였다. 차우세스쿠의 이야기, 도널드 트럼프가 인민궁전을 구입해 카지노로 개조하려 했다는 이야기, 루마니아에 군복무가 남아있던 시절의 이야기, 마이클잭슨의 실수 등은 여전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이다.
여기서 우리는 유럽 여행 사상 처음으로 돈 갈취를 당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도 않지만 당시로서는 꽤나 당황스럽고 화가 나는 일이었다. 우리가 인민궁전 앞 주차장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한 사람이 와서 이곳은 마피아와 집시들이 끊임없이 총싸움을 하는 곳이니 빨리 이곳을 벗어나라고 이야기를 하였다. 어제도 한사람이 카메라를 빼앗기는 수모를 당했다고 말했다. 카메라가 없으면 여행도 없는 것이니 나는 겁을 먹었고, 그 사람은 검은 옷의 경찰들을 가리키며 저 사람들이 마피아라며 우리를 윽박질렀다. 자기차를 타고 안전한 곳으로 가자고 하여, 우리는 친절한 그 사람에게 호의를 느끼고 그 사람 차를 탔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나는 인민궁전 내부에 짐을 놓고 왔다고 하는 기지를 발휘해 인문궁전 후문에서 내릴수 있었다. 그때 거기서 내린 것은 정말 잘한 것 같다. 하지만 그 사람은 내릴 때 기름 값을 요구해 우리는 5만 원 정도를 지불하였다. 종범이는 사기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일단 얌전히 돈을 주고 내린 후 욕을 시작하였다. 종범인 역시 쿨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