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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초패왕 Oct 13. 2024

<4주간의 중부 및 동구권 6개국 여행기>

루마니아 브라쇼브 (2)

한국을 떠난 지 보름이 되는 날이었다. 이제 보름 후에는 다시 한국에 돌아가야 하는 날이기도 하였다. 여행중반이 벌써 지나고 있었다. 이날 우리는 전날의 그 루마니아 가이드에게 돈을 지불하고 브란성과 브라쇼브 근교의 요새들을 구경시켜 달라고 요구하였다. 가이드의 차를 타고 다니며 여행하는 첫 관광이었다.



이때 웨일즈인을 만나 윤아까지 4명이 같이 동행하게 되었다. 많은 지식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사진 찍기를 싫어해 우리가 억지로 카메라 앵글안으로 이끌어야 했다. 이날 많은 것을 구경하였으나, 데려다 주는 데로 돌아다녔기 때문에 사진만 남아있을뿐 이 유적의 명칭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날 점심에는 종범이가 처음으로 썩은 표정을 보였다. 정말 여행하면서 처음본 표정이었다. 아니 10년을 친구하면서 처음 본 표정이었다. 내가 그렇게 짜증을 내도 받아주던 친구가 이런 표정을 짓다니.. 점심으로 가이드가 추천해준 고급 식당을 들어갔다. 여기서 나는 그냥 일반적인 립을 시키고, 웨일즈인과 윤아는 생선요리를 시켰다. 하지만 종범이는 메뉴판을 잘못 보고 전체요리인 소금절임 햄을 시키고 말았다... 종업원이 당황스런 표정으로 ‘혼자 드실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라고 극구 만류했으나 종범이는 환하게 웃으며 ‘I can eat all'을 연발하였다. 하지만 음식이 나오고 종범이의 표정은 썩고 말았다. 종범이가 어쩔수 없이 햄을 칼로 자르는데, 그때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종범이가 불쌍했지만 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웃으면 안될 것 같았다. 여기서 웃었다간 종범이와 나는 끝이었다.


종범이는 결국 다른 음식을 또 시켰다. 유럽 여행 중에서 가장 안타까우면서 재미있던 순간이었다. 이후 종범이가 이 일을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게 될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기차를 타고 장시간 다닐 때도 항상 서로를 놀리며 개그를 쳤다. 난 패션보다 실용성을 중시해 등산화를 신고 갔는데 악취가 여행 초기부터 장난이 아니었다. 더러운 소재로 개그를 많이 쳤는데, 종범이가 아닌 딴 사람이랑 여행했으면 매우 눈치가 보였겠지만 우리는 너무 편한 사이라 그런 것도 모두 웃음으로 승화하였다. 정말 성인 같지도 않은 유치한 장난을 치면서 여행했지만 그때의 추억은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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