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3) - 상수시
여행이 끝나가는 터라 종범이는 아무것도 하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나는 상수시 궁전에 꼭 가야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여기까지 왔는데 서양지성사에서 등장한 상수시궁전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프리드리히 대제의 여름궁전인 상수시 궁전은 여름일때 멋있는 법이다. 겨울에 가니 볼품없었지만, 사진은 찍고 나왔다.
이종훈 교수님, 정문선 교수님 두 분의 수업을 들은게 ‘이 여행을 위해서였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업내용이 여행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이 정말 그런 것이었다. 이종훈 교수님의 서양지성사, 소련사 수업은 각각 게르만권, 동구권을 여행할 때 대단한 학문적 지식으로 작용하였다. 이런저런 지식을 가지고 보니 정말 유럽여행이 의미가 있었다. 정문선 교수님의 한국명문감상, 현대사회와문학예술은 주체적으로 여행을 받아드리는 실존적 ‘나’를 있게 만들었다. 정문선 교수님은 여행에 대한 실질적 정보를 주셨을 뿐더러, 여러 문학작품과 ‘나’의 관계를 돌아보게 함으로서, 나아가 여행과 나의 관계 또한 정의 할 수 있게 해 주셨다.
상수시 궁전을 둘러보고 우리는 다시 첫 도시로 돌아갔다. 프랑크푸르트암마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첫날에 나는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바로 지하철로 기차역으로 이동해 뮌헨행 기차를 탔기 때문에 프랑크푸르트 지상을 전혀 보지 못했는데, 여행 마지막 날 드디어 프랑크푸르트가 어떤 도시인지 볼 수 있었다.
이날엔 우리 돈도 다 떨어지고 하필 카드까지 다 고장 나 종범이가 가지고 있던 최후의 한국 돈으로 숙박비를 해결하였다. 그것마저 없었으면 노숙을 해야 할 판이었다. 겨울 해는 일찍 지기 때문에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이었다. 우리는 유럽은행 본부를 구경한 후 바로 들어와 맥주를 한 캔 마시며 여행을 정리하였다.
이 한인민박에는 유럽여행을 7번을 했다는 24살의 형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유럽여행이 너무 좋아서 대학도 때려치우고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유럽가고 또 돈 모아 유럽 가는 것을 7번을 했다는 것이다. 그때는 멋있어 보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여행은 자신이 하는 일 가운데 망중한으로 작용할 때 진정한 멋이 있는 게 아닌가 한다.
또 여기서는 이제 갓 여행을 시작한 이대 누나들을 만났는데 아침 일찍 공항으로 떠나야 하는 우리였기에 많은 이야기는 하지 못하였다. 다음날 나는 종범이와 귀국편이 달라서 먼저 비행기를 타고 떠났다. (하지만 도착은 비슷함) 옆자리에 한양대 대학원에 유학 가는 케냐인과 동석하게 되었다. 만 하루가 지나 2월 10일이 돼서야 난 가족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