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 후 5년, 이제는 말할 수 있는 것들을 모아보자
일주일 뒤 산정특례* 종료를 앞두고 있다. 암 진단 후 5년이 되었다는 뜻이다. 종료일을 앞두고 드는 생각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시간이 빠르다는 것. 진부한 말이지만 내 글을 읽고 있을 암 환우들에게 전하고 싶어 적어본다. 다른 하나는 귀한 시간이었다는 것. 5년 간 수많은 좌절과 거부감, 저항감을 만났고, 거의 모든 것이 변했다. 치유의 시간은 나를 살리기도, 앞으로 살아갈 방향과 방식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다.
* 산정특례란?
고비용이 발생하는 질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국민건강보험법 본인일부부담금 산정특례에 관한 기준 고시’에 따라 건강보험에서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비용을 5~10%로 낮춰주는 제도다. 암 질환도 지원 대상이며, 적용기간은 등록일로부터 5년이다.
지난 5년을 잠깐 떠올려보면 솔직히 고백하건대 기억이 잘 안 난다. 분명 괴로웠던 기억은 흔적처럼 남아있는데, 모두 지난 일이 되었다. 하루 종일 집중 폭우가 내리는 장마철인줄 알았는데, 지나고 보니 잠깐 몰아치는 스콜에 그친 것처럼 말이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남녀사이 이별에만 해당되는 줄 알았다. 망각은 신이 주신 선물이라는 말이 딱 맞다. 모든 경험과 감정을 기억하지 못하다니 정말 다행이다! 괴로움을 뒤로하고 나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문득 두려워진다. 이렇게 간사하고 나약한 존재가 예전과 동일한 실수를 저지르면 어쩌나 하고 말이다.
같은 실수를 피하기 위해서 의식적으로 되돌아보고 셀프 회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집중 치병기간 중 실시간 기록을 남기고자 블로그 글쓰기를 시작했다. 글쓰기로 느끼는 해방감과 치유도 있었지만 버거움이 더 컸다. 글쓰기 초보라 한 문단을 쓰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치병 초기 당시 마주한 복잡한 감정을 더 강렬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것도 한몫했다. 글로써 나누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기록보다는 치유가 우선이었다. 온전한 치유를 이루고 나면 그때 남겨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글쓰기는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마침 암 산정특례 종료를 기념할 때다. 지금이 바로 5년 간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끄집어내야 할 때다. 암 진단 3년 차, 4년 차에 썼던 브런치북 암치유과정기를 이어갈 때다. 글로 쓰면 기록이 남지만, 가만히 있으면 몸에 때만 쌓일 것 아닌가! 혹시라도 마음 어느 한 구석에 남아 있는 감정의 때가 있다면 기쁘게 발견하고 털어버릴 때다. 가벼운 출발을 위해서. 내가 저지른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나를 위해서다. 그리고 나와 같은 출발선에 서 있는 환우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더할 수 있다면 기쁠 테니, 이 역시 나를 위해서다.
가제 <암 치유과정기 3탄>에 담고 싶은 내용을 스포 하며 일단 써 본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응원이다. 산정특례 종료 축하 기운을 받아 글쓰기에 매진해 보겠다. 혹시 아래에 없는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 남겨주면 좋겠다. 내가 궁금한 것은 다른 이들도 궁금해하는 법이니까 말이다.
<암 치유과정기 3탄>
- 실제로 전업 치병 기간에 시도했던 것들과 변화
- 나의 뇌피셜 (1) 내가 암을 얻게 된 이유
- 나의 뇌피셜 (2) 내가 암을 치유할 수 있었던 비결
- 5년이 지나고 알게 된 것들 (a.k.a 진짜 중요한 것)
- 솔직히 후회하는 것
- 친구들에게 하지 못한 말 vs. 친구들이 내게 하지 못한 말
알고 계신가요?
- '중증질환(암) 산정특례' 대상질환, 의료비지원 범위, 등록기준 등에 대한 사항은 담당부서인 국민건강보험공단(☎1577-1000)을 통해 안내받으실 수 있습니다.
- '암환자 의료비지원사업'의 대상질환, 의료비지원 범위, 소득재산기준, 지원절차 등에 대한 사항은 국가암정보센터(☎1577-8899)를 통해 안내받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