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같이 일하고 있는 분이 한쪽 다리를 크게 다쳐 수술을 하시고 한 달 넘게 병가에 들어갔다 돌아오셨다. 완전히 회복된 상태가 아니라 아직은 절뚝거린다면서 남편이 하는 말. "목발이 있는데 왜 안 쓰는지 모르겠어."
(내 대답: "한국인들은 뭐든지 최선을 다하잖아. 이제 혼자 걸을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거지. 자기 암시 같은 거.")
예전에 미국에서 몇 달 동안 요가원에 다녔다. 한국 요가원과 다른 것은 담요나 블록, 줄 같은 보조 도구를 이용하는 점이었다. (요가원에 준비된 두툼한 담요와 블록, 줄을 항상 자기 요가 매트 옆에 갖다 놓은 상태에서 시작했다.) 몸만 움직이는 '운동 센터' 같은 곳이 아니고 나름 정통 요가에 가까운 곳이었는데도 도구를 자주 이용하는 것이 신선했다.
미국에는 바닥에 양반다리로 앉는 것부터 불편한 사람들이 많다. 선생님은 수련생들에게 담요를 깔고 앉으라고 말씀하셨다. 요가 수련을 오래 해온 나는 당연히 담요 따위는 필요 없다며 (조금은 으스대듯이) 바닥에 앉았다. 그러던 어느 날 똑같은 얘기를 들었는데 문득 '저러면 편한가?' 하고 궁금해졌다. 호기심에 처음으로 담요를 깔고 앉아봤는데.. 오! 진짜 편했다! 담요 없이 앉는 것도 불편하다고 생각한 적 없었는데 있으니 확실히 편했다. 약간 푹신하고 엉덩이 높이만 살짝 올라갔을 뿐인데 그런 차이를 만들어내다니 놀라웠다.
일상에서 모든 일에, 안 그래도 될 일까지 전부 끌어안고 애쓰면서 에너지를 무분별하게 쓰고 있지는 않은가, 그런 습관이 몸에 배어있지 않은가 가끔 돌아볼 일이다. 목발 없이 어찌어찌 걸을 수는 있어도 절뚝거린다면 목발을 써야 한다. 성한 다리에 부담이 가지 않으니 멀리 보면 그 편이 더 금방 깨끗하게 낫는 길이다. 맨바닥에 앉을 수 있어도 담요 위에 앉는 게 더 편하면 담요를 깔고 앉으면 된다. 100% 자력으로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원래 하려는 요가 자세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1회 비용으로 내 시간과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면 외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혼자 끌어안고 고군분투하는 것보다 훨씬 나을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