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조통 이야기
평소에 난 아주 조용한 사람이다. 사실 어느 자리에 가서도 나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딜 가도 사람 많은덴 피해 다니는 타입이다.
그 어색함을 이기는게 너무 불편하고 여러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것도 무한 낯설다.
어떤 땐 앞에 서서 리드를 해야할 때도 있지만 그런 때 조차도 다른 누군가에게 넘기고 만다. 그래서 단체 사진이라도 찍을라 치면 중앙에 앉을 형편이 되어도 그냥 뒤쪽 한구석으로 간다. 거기가 맘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래 출세하긴 어려운 성격이다. 만약 그렇게 나서길 좋아했다면 지금쯤 큰 조직의 장이 되어 있지 않을까. ㅎㅎ
이런 성격때문에 어떤 형편으로 다니던 교회라도 옮기게 되면 새 교회에 정착하는데 몇년씩이나 걸린다. 그것도 누가 억지로 등이라도 떠미는 사람이 있을 경우다. 내 스스로 나서서 자원하는 건 절대 있을 수가 없다.
원래 술을 안하는데 근래 한 잔 정도는 가볍게 하고 있다. 거기엔 이유가 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입사를 하고 버몬트의 본사에 매니저 미팅에 처음으로 참석한 적이 있다. 미국 회사의 경우, 보통 식사 전엔 리셉션이 있다. 이를 통해 서로 얼굴을 익히는게 관례다.
이때는 보통 와인이나 칵테일 등을 한 잔씩 하면서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게 된다. 처음 만나는 사이일지라도 약간의 알코올이 들어가면 어색한 마음들이 부드러워져 관계를 보다 부드럽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 오피스에선 내 보스랑 둘이 참가했는데 이탤리언 친구인 그는 이런데서 사람들과 사귀는데 정말 익숙하다. 그런데 내 경우는 그냥 콜라나 한 잔 가지고 리셉션 장소의 가장 구석 테이블로 가 혼자 우두커니 끝나기만 바라는게 일수였다.
이런 모습을 본 내 보스가 진짜 진지하게 부탁을 해왔다. 딱 한잔의 와인만 받아줄 수는 없겠는지… 그러면 정말 고맙겠다고 신중하게 자기 의사를 표했다.
이때부터 난 와인 한잔 정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 이때부터 사람들과의 서먹서먹함이 많이 줄게 되었다. 보스에 의하면 비로서 내 얼굴에서 미소를 볼 수 있었고 사람들과도 보다 가깝게 이야기 나누는게 진심 고맙다는 말을 해주었다.
그래서 지금은 공식적인 모임에 가면 와인이나 맥주 하나 정도는 하는게 내 습관이 되었다.
나의 겉은 이렇게 너무 조용하고 비사교적이기 까지 하다. 억지로라도 와인 한잔 정도 아니면 옆 사람에게도 먼저 입을 열어 이야기 나누기 조차 쉽지 않은 성격이다.
그런데 내 속 모습은 전혀 정반대인 모양이다. 나도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어떤 일이든 한가지 하겠다는 마음이 생기면 모든 세포가 거기에 집중이라도 하는지 나도 놀랄만한 일이 많아진다.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 내려고 온 힘을 다하는 것이다.
초등, 중등 시절의 학교 다닐 때 나의 별명은 ‘곤조통’이었다. 학급에서 직책을 받아
요즘 바위 하나 흔들고 있다. 바위는 자기가 바위인지도 모르고 있다. 나한테 딱 걸렸다.
#gratitude #바위흔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