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일인칭 단수' 리뷰
머리를 짜내어 짤막하게나마 소설을 써보고 있지만, 어쩐지 시간차를 두고 읽을 때마다 너무 유치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소설을 쓰고자 글쓰기 비법을 찾아볼 때, 유명한 작가들도 모두 초반에는 다른 작품을 모방하며 습작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좋아하는 한 작가를 정해서 반복적으로 모방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
쓰다 보니 '네 글이 하루키를 모방한 거라고? 전혀 비슷하지도 않잖아!!'라는 반응이 걱정되지만, 어쩔 수 없다. 정말 그렇다. 누구나 포부는 크게 가져야 하니까.
'여자 없는 남자들' 이후로 6년 만에 나온 단편집이니까 나에게 '일인칭 단수'는 6년 만에 교과서가 또 하나 나온 것이나 다름없다.
하루키의 장편은 모방하기에는 길이나 깊이면에서 너무 어렵고 단편은 좀 비벼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김영하의 단편들도 하루키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느낌이 꽤나 비슷하다. 말하자면 나에게 하루키의 단편이 '수학'책이면 김영하의 단편은 '수학 익힘'책 정도가 되겠다.
장편소설들도 무척 훌륭하지만 나는 하루키가 에세이에서 보여주는 어이없는 개그를 아주 좋아한다. 대화를 나눌 기회가 이번 생에 주어진다면 아마 우리는 꽤 개그코드가 잘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이제는 거의 할아버지가 되어가는 사람이 글 속에서 어떻게 이리 귀여울 수 있는지 나는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하루키의 에세이를 즐겁게 읽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이번 소설집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소설의 제목처럼 하루키가 일인칭 단수로 자신의 경험을 에세이와 비슷한 호흡으로 써 내려간 것이기 때문이다.
여덟 편의 소설 속의 에피소드는 하나같이 실제 경험이라고 하기에는 모두 고개를 갸웃 뚱하게 만드는 경험들이다. 이 재치 있는 아저씨는 메타포를 만들어놓고 절대 메시지를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문제를 내주고서 해답은 알려주지 않고 애초에 해답이라는 것이 없다는 말만 늘어놓는다. 생각의 공간을 열고 그 속에 우리를 초대하는 것이다.
책이 얇아서 금방 읽어버릴까 봐 아쉬웠는데, 나의 교과서이니만큼 내 소설을 연결 지어 생각하느라 몇 번이고 독서를 멈추고 곰곰이 생각을 했다. 제발 이번엔 유치하지 않은 글이 되기를.
별점5
한줄평 : 교과서라는데 말해 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