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아 오언스의 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 서평
가재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외로운 사람일까. 습지에 홀로 오랜 시간을 버티며 치열하게 살았던 주인공 ‘카야’는 그런 사람이었다.
생태학자 '델리아 오언스'가 일흔의 나이에 처음 쓴 이 소설은 40주가 넘게 아마존 1위를 차지했던 기록적인 소설이다.
작가는 습지에서 혼자 성장하는 카야와 그녀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살인사건까지 흥미로운 요소들을 모두 결합하여 작품을 썼다. (성장소설+연애소설+추리소설 = 재미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 아닌가?)
습지의 생태를 정교하고 아름답게 묘사하는 부분도, 과거와 현재를 교차 서술하며 살인사건을 추리하는 스릴도 스토리의 훌륭한 부분이었지만, 나는 무엇보다 이 책의 핵심은 외로움과 상처에 대한 두려움에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사랑하다 이별의 상처를 겪어보면, 용감한 사랑꾼도 경계하는 마음이 조금은 생기기 마련이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려본 사람이 물가에서 더 조심스럽게 발을 옮기는 것처럼.
이것은 상대방에게 마음을 열어서 믿음을 주어야 관계가 시작되지만, 상처 받지 않기 위해서 의심을 품어야 하는 지독히 어려운 밸런스 게임과 같다.
이 소설의 연애스토리는 모던하기보다는 고전적인 것에 가깝다. 하지만 그 감정 자체와 작가의 정교한 감정 묘사는 시대를 초월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연애감정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사랑이 아니더라도 믿음, 배신, 상처 그리고 두려움은 인간관계에서 흔한 것이니까.
몰입감이 뛰어나서 45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었음에도 일주일만에 (나는 원래 느리게 읽는데) 완독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인물들이 너무 명확하게 선과 악으로 나뉜다는 점, 고전적이어서 약간 올드하게 느껴지는 연애스토리, 그리고 작가가 너무 많은 것을 담아내려는 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시가 중간중간 나오는데 별로 와닿지 않았다.)
별점 4
노스캐롤라이나 해안을 머릿속에 그리며, 카야의 외로움과 두려움을 마음속에 그리며 읽은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