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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한 May 04. 2021

말실수, 후회의 귀갓길을 걷던 나는

입밖의 바이러스와 예방책

요즘 후회가 줄었다. 무슨 일인가. 나는 자주 후회의 귀갓길을 걷는 사람이었다.


'하 오늘도 내가 도대체 뭐라고 지껄인 거지?'


과거를 돌아보면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자주 후회를 했다. 말 많은 인간으로 태어나 말실수와 후회는 나를 자주 따라붙었다. 걷다가 풀려버린 신발끈처럼 나는 그것들을 너덜너덜 달고 다니다가 가끔은 그로 인해 자빠지고 넘어졌다. 절에 들어가서 3박 4일 묵언수행을 하면 좀 고쳐질까 생각했던 적도 있었는데, 요즘엔 정말 후회가 줄었다.


얼마 전에 만난 사람과 말에 대해 했던 대화가 생각이 난다. 그는 말이라는 것이 바이러스 같다고 했다.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그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다를 것이다. 내가 건강하고 뛰어난 면역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악성 바이러스를 입 밖으로 낸다면, 역지사지라는 것은 전혀 무소용한 말이다. 면역력이라고 표현했지만 그것은 듣는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단순한 불쾌함 때문에 말한 사람의 인성을 의심하게 되는 말도 바이러스다. 그런 말은 바이러스를 뱉은 사람에게 다시 돌아와서 관계의 랜섬웨어로 작동한다. (랜섬웨어: 컴퓨터 자체를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 바이러스)


어쨌든 요즘은 머릿속의 관념을 바이러스로 뱉어내지 않았다고 스스로 안도하는 시기를 보내 있다.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미안합니다.)  뿌듯한 변화는 '글쓰기' '질문'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글쓰기는 관념을 정제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그렇다. 나의 관념이 바이러스로 작동할 것인지 확인하고 매만지는 작업이 글쓰기이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글을 써 본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글을 쓰다 보면 어느 부분은 더 뚜렷해지고 어느 부분은 오류를 인정하며 폐기되기도 한다. 지난해부터 내 삶의 중요한 부분들을 글로 써보면서 나의 후회는 줄어들었음이 분명하다.


독서모임이나 글쓰기 모임을 열심히 참여하며 올해 초부터는 모임장을 맡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 기회를 통해서 나는 '좋은 질문의 힘'을 느끼게 되었는데, 내가 본받고 싶다고 느꼈던 모든 모임장 들은 그것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늘 모임 때마다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해 고민했다. '질문'은 적극적으로 듣고자 하는 마음이고, 말하고자 하는 마음을 뒤로 미뤄서 나의 견해를 더 견고하게 해주었다. 그 때문에 말을 줄이는 것이 말실수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겠지만, 말을 할 수밖에 없다고 느낀다면 질문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말실수 같은 건 안 하는 사람이라고 자만하는 것은 아니다. 발전하지 않는 사람들의 특징이 자만이니까. 다만, 좋은 변화의 원인을 또 한 번 글쓰기로 정리하고 꾸준히 반복하고 싶은 마음일 뿐이다. 어떤 날은 또 터덜터덜 후회의 귀갓길을 걷는 날도 있겠지. 그래도 강력한 예방책, '글쓰기'와 '질문'을 통해 그 빈도가 아주아주 낮아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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