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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한 Jul 01. 2021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알까 봐?

강단 있는 인간 되기

어릴 때부터 엄마는 사람들에게 호락호락해 보이면 안 된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 조언은 아마도 엄마의 경험에서 비롯된 스스로의 다짐이었을 것이다. 딸은 엄마를 닮아서 선한 인상을 가끔 단점이라고 생각을 하며 살았다.


1 때의 일이었다. 방과  특별활동을 신청하고 그룹을 짜는데, 나와 친한 친구들 중에 S 다른 그룹이 되어서  학기 내내 혼자 다른  친구들과 활동을 함께 해야 했다. 그때 S 내게 와서 그룹을 바꿔달라고 사정했다. 우리 그룹에 S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룹에는  말고 S 친한 친구들이 여럿이었다.  굳이 나에게 바꿔달라고 했을까. 내가 부탁을  들어줄  같았기 때문이겠지. 그룹을 바꿔서 새로운 친구들과 즐겁게 활동을   있다고 생각했다면 좋았겠지만, 나는 그때 낯선 친구들과  학기 동안 특별활동을 하는 것이 몹시 불편하다고 느꼈다. 그래도 나에게 한참 사정을 하는 친구를 보며, 아주 내키지 않았지만 부탁을 들어줘야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최초는 아닐지 몰라도 잊지 못할 정도로 굳건히 다짐했다.


'호의를 베풀면 생색을 내자. 호락호락하게 보이면 안 되니까.'


나는 야무지지 못하고 흐리멍덩한 인상과 태도를 그런 식으로 교정해야 한다고 믿었다. 흔히 영화에서 말하듯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아니까. 모든 관계는 비즈니스적인 측면이 있다고 믿었다. 내가 준 것을 상대에게 명시하는 것이 무시당하지 않는 길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얼마  내가 그동안 잘못된 믿음을 가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난주 글쓰기 모임 사람들과 '호의' 베푸는 것에 대해 대화를 나눴고, 나는  믿음을 수줍게 꺼내보였다. '수줍게' 얘기했다는 것은 어쩌면  믿음에 자신이 다는 것 이미 반영된 것이리라. 역시나  믿음에 대한 피드백은 날카로웠다.


내가 가장  인사이트를 얻었던 멤버분의 의견은 '생색을 내야겠다는 것은 호의를 베풀지 말아야  상황을  판단하지 못한 아니겠나'하는 것이었다.


그렇다.  그저 '거절하지 못한'  잘못을 가지고, '나를 우습게 본다'  탓을 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생색을 내는 일은 꽤나 정신적 에너지가 드는 일이며, 호의를 베풀고도 엎드려  받는 것은 언제나 찝찝한 기분을 겼다.


호의를 베푼다는 것은 상대가 원하지 않아도  마음이 먼저 움직이는 것이다. 생색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내가 무시당할 것이 두렵다면 그것은 사실 호의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거절하지 못하고 남에게 끌려가는 것이었다.


잘못된 믿음으로 지내왔던 과거가 부끄럽지만 이제라도 안다면 스스로 좋은 변화라고 믿는다. 변화와 성장의 기회는 역시 다른 사람들의 의견으로부터 온다. 이제는 마음을 좁게 가두지 말되, 거절할 때를 확실히 알자고 다짐한다.


마음의 소리를 듣고 행동하자. 나는 답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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