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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한 Oct 21. 2020

왜 '부러우면 지는 거'냐고요?!

내가 자주 하던 부럽다는 말

‘행복’ 혹은 ‘망했다’라는 말처럼, 세상의 많은 단어와 문장에는 부정적 혹은 긍정적 표현이 담겨있다. 나는 말이 씨가 되는 것이 과학이라 믿기 때문에 기왕이면 긍정적인 말을 더 많이 하고, 부정적인 말은 중립적인 말로 바꿔서 전달하고 싶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나는 '부럽다'라는 말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었다. 나는 습관적으로 누군가를 칭찬하며 ‘부럽다’라는 말을 고명처럼 곁들이는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과연 긍정적 성격을 가진 말일까 아니면 부정적 성격을 가진 말일까?


언젠가 한 번은 매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부럽다는 말 때문에 기분이 애매해졌던 적이 있다.


사실 내가 어떤 말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나는 누군가의 매력이 꽤 부럽다고 했고, 매력이라는 것이 나에게 없는 부분일 때 더 빛나 보이는 게 아니겠냐는 말 따위를 했던 것 같다.


그때 어떤 분이 나를 위로했다. 나에게 스스로의 매력을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내 매력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나타날 거라고 자신감을 갖고 본인만의 매력을 찾으라고도 했다.


나쁜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상대에게 유쾌하지 않은 감정이 들었던 건 내 인성 문제였을까? 나는 불필요한 위로와 응원을 받고서 오해가 생겼다는 기분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아뇨, 저도 제 매력을 아는데요?" 혹은 "부럽다고 한 말은 취소할게요."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대충 고맙다고 말하자 그는 한술 더 떠서 "오예 한 사람 기 살렸다~!!"라며 기뻐했고 나는 한층 더 오해가 깊어졌음을 깨달았다. 아.. 부러우면 진다는 게 이런 건가?


아니, 나는 기죽어있지 않았다고 이 사람아!!

그저 속으로만 외쳤다.


이게 다 '부럽다'라는 말 때문이었다. 나는 그 말속에 어쩌면  '스스로에 대해 불만족한다'라는 것이 내포되어있는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동안 내가 했던 그 말이 푸념이나 불만처럼 들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의 상황보다는 기분이 부러워서, 혹은 부럽다는 말에 더 기분이 좋고 우쭐해지는 내 경험에 빗대어 사용했던 '부럽다'는 말을 이제 좀 자제해볼까 한다.


'부럽긴 한데 나도 지금 좋아~'라고 길게 말할 수 없으니, 이제부터는 '우와 좋겠다!!'라는 말로 대체해보는 건 어떨까? 언어습관은 감정을 결정하고 감정은 인생을 결정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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