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를 돌이켜보는 습관

세 번째 이야기

by 파인애플



여느 때와 비슷한 아침시간, 약간 다른 포인트는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있었고 나는 우산을 쓰고 있었다.

문양 하나 없는 검은 장우산을 쓰고 비 오는 길거리를 걷는 나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상태였지만,

하필 그런 내 앞에 후드티를 입고 긴 머리를 휘날리며 걷는 여성분 한 분이 등장하고 말았다.


그러니까 내 이상함은 언제나 생판 모르는 타인으로 인해 발현된다.

나는 몇 번이고 쭈뼛거리다(아마 이미 불필요한 오지랖임을 알아서였겠지) 결국에는 그녀에게 다가서,

"우산 씌워드릴까요?"라는 이상한 말을 하고야 말았다.

불청객의 갑작스런 등장에 잔뜩 경계한 얼굴을 하고 있던 그녀는 나의 무해하다 못해 멍청해 보였을 얼굴과,

정말 단지 주목적이 '우산을 씌워주는 것'밖에 없는듯한 내 행동이 주는 느낌을 보더니

멋쩍게 웃으며 괜찮다고 한 뒤 골목길 저 편으로 사라졌다.


그런 와중에 이상한 오지라퍼인 나는 '입고 있는 후드티의 후드를 쓰면 될 것을......'같은 생각을 혼자 했다가,

불현듯 뻘쭘한 기분이 들어 그녀가 사라진 골목의 반대편 골목 쪽으로 행선지를 옮겼다.


내가 가진 이상한 오지랖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여기서 등장한다.

사실상 내 이상한 친절의 타깃은 상대방이 아닌 내 기분에 있다는 것이다.

나는 후드티를 쓰고 긴 머리가 훤히 드러나 보인 채로 빗속을 걷는 그녀를 보고 불편한 기분이 들었고,

그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행동인 우산 씌워주기를 하지 못한 뒤,

그녀가 빗속에서 후드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마저 불편해했다는 것.


잠깐 스쳐 지나가는 완벽한 타인에게조차 나는 그를 바라보는 나의 기분에 더 좌지우지되어 행동하고야 마는데, 주변 사람들에게는, 특히 가족에게는 어떻게 굴고 있는 걸까를 생각하면 갑자기 아득해진다. 모르긴 몰라도 내 기분으로 인해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그동안 참 많이 곤란함을 겪었겠구나 싶기도 하고. 이를테면 엄마가 굳이 필요 없을 것 같아 챙기지 않은 싱크대 위의 물통을 엄마에게 '그 물건이 필요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엄마의 직장에 가져다주고야 마는 행동 같은 것을, 아마도 나는 살면서 수도 없이 해왔을 거다. 돌이켜보니 우리 엄마 참 보살이지 싶다. 그렇게 생떼 부릴 때마다 별달리 지적 한 번 한 적이 없으니.


어찌 됐든 비 오는 아침에 만난 그녀 덕분에 나의 이상함에 대해 굳이 과거를 꺼내오지 않고서도 성찰할 수 있게 되었으니 참 다행이긴 하지만, 황당했을 그녀의 앞날에 우리가 만났던 아침처럼 흐리고 비 오는 날들보다 맑고 쨍한 날들이 더 많았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아. 이것조차 오지랖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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