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가족을 사랑하는 습관

네 번째 이야기

by 파인애플


60을 바라보고 계신 엄마와 30대 자녀 둘로 구성된 우리 가족은 마치 초등학교 딸 둘을 둔 40대 워킹맘 가족과 같은 분위기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나잇값 못하는 가족이라는 거다. 엄마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딸 두 명은 각자의 성격대로 엄마를 들들 볶기 일쑤고, 이제는 어느덧 40년간 일하던 일터를 떠나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엄마는 미성숙한 딸들의 고집을 매번 꺾지 못하고 들어주시고는 한다.


우리에겐 아빠라는 존재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초등학교 때부터 정신병동에 입원하셨다 퇴원하시길 반복했으므로) 엄마가 가장 역할을 오래 떠맡게 되셨는데 그게 내가 서른 후반이 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니 사실상 엄마 입장에선 불만스러울 법도 한데,


나는 엄마 입에서 우리와 사는 게 버겁다는 말을 들어본 역사가 없다. 오히려 너희와 이렇게만 살 수 있다면 좋겠다 말씀하시는 걸 더 많이 들었으니. 우리 엄마라서 찬사를 늘어놓는 게 아니라, 엄마는 길을 지나가던 제삼자에게 우리 사정을 5분만 털어놓고 얘기해도 '대단하시네요.'라는 반응이 터져 나올 만큼의 슈퍼맘이다.


그런 엄마가 요즘 부쩍 우울해하신다.


사실 요즘 엄마가 우울해하시면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우울과 불안으로 점철된 정신상태로 투정과 생떼와 악을 쓰는 건 오롯이 내 전문분야였는데, 오랜 직장에서의 은퇴를 앞둔 엄마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늘이 나는 너무 서글프다. 그렇게 오랫동안 성실하게 근무해 왔는데도 지금 엄마에게 펼쳐진 상황이 마땅한 편안함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도, 내가 지쳐있는 엄마에게 안락한 생활을 제공할 재정 상태를 갖추지 못한 것도, 불안정하게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는 나로 인해 엄마와 비슷하게 성실한 일꾼 타입인 동생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는 것도... 모든 게 다 엄마에게 드리워진 그늘의 이유가 되겠지만,


실은 엄마는 더 일할 수 있는데 일하지 못한다는 사실 자체에 가장 큰 우울감을 느낄 것 같다. 우리 엄마는 그런 엄마다. 살아있는 내내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해온 사람. 그런 이상할 정도의 성실함이 이룩해 낸 직장에서의 모든 눈부신 성과들을 나는 또렷이 기억한다. 그래서 나는 은퇴를 불과 3개월 여 앞둔 엄마에게 이 말을 꼭 해드리고 싶다.


그동안 어장같이 엄마를 가두던 직장이 사라졌으니 이제 넓은 바다로 나가시라고. 다른 건 몰라도 앞으로 엄마가 펼칠 드넓은 바다에서의 항해를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또 앞으로도 계속 열렬히 응원하겠다고.


이렇게 무한대의 응원을 보태는 게, 내가 이상한 우리 가족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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