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친절을 맞이하는 습관

다섯 번째 이야기

by 파인애플



일상을 살면서 한번 스치고 말 사람들이 친절을 베푸는 경우가 많을까, 불친절하게 구는 경우가 많을까?

'한번 스치고 말 사람들'이라는 전제가 붙은 이상 압도적으로 후자의 비율이 훨씬 더 높을 것이다.

내가 돈을 내는 소비자가 되어 이용하는 각종 매장에서도 점원의 불친절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이해관계로 묶여있지 않은, 그와 마주친 장소를 지나가면 바로 잊힐 사람에게 불친절하게 구는 건

어쩌면 친절하게 대하는 것보다 확률상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친절은 베푸는 행위이고 불친절은 불친절하게 구는 것이라는 신념을 굳게 갖고 있는 사람이라,

생판 모르는 남이 갑작스럽게 베푸는 친절한 행동 앞에서는 여지없는 행복한 마음이 들곤 한다.

'우리는 인간이고, 그런 의미에서는 우리 모두가 다 동일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라는 나의 신념이

나와 내 앞에 있는 사람의 이해관계를 따지기보다는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행동하는 타인의 친절을 만나면

아주 좋은 느낌으로 공명하는 종소리를 낸다. 그 소리는 상당히 맑고, 겨울철 햇볕처럼 따스한 느낌이다.


오늘 아침에도 한강 근처 편의점에서 엄마와 함께 라면을 끓여 먹다, 공명의 종이 울렸다.

오래된 라면기계 앞에서 작동법을 몰라 헤매던 어떤 아주머니가 기계 앞에 서있던 나에게 작동법을 물으셨다.

나는 곧장 라면용기에 붙은 바코드 스티커를 라면기계에 스캔한 뒤 작동하는 법을 직접 보여드렸고,

그 아주머니는 아이같이 해맑은 웃음을 지으시며 바로 나를 따라 하셨다.

공명음은 그 뒤에 발생했다.

아주머니 옆에 어떤 아저씨 한 분이 와서 똑같이 라면기계 작동을 못해 헤매고 계셨는데,

내가 참견하기도 전에 그 아주머니께서 내가 알려드렸던 작동법을 친절하게 바로 알려주시는 게 아닌가.


차가운 한강바람 사이를 비집고 그 아주머니의 훈기 나는 친절이 내 마음을 따스하게 뎁히고 있었는데,

아주머니가 활짝 웃으시며 나에게 말을 거셨다.

"알려준 거 바로 써먹네요. 고마워요."

나는 그 말이 내 앞에서 한창 보글보글 끓고 있는 라면의 김보다 따뜻하게 느껴져서,

그야말로 찐 웃음을 보여드리며 아주머니의 친절한 마음을 바로 맞이해 드렸다.

학습능력이 정말 뛰어나시다는 다소 낯간지러운 말과 함께.


호호호 웃으며 우아하게 사라지시는 그 아주머니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상하게 결국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건 사실은 단순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는 존재를 알아봐 주고 그 존재의 가치를 외면하지 않는 것.

어쩌면, 앞으로 나는 내 신념이 맞다는 것을 세상 속에서 더 많이 확인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처럼만 모든 인간은 귀하다는 마음을 가지고 살 수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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