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 소리,
쉴 새 없이 울리는 차 경적 소리.
지난밤 맞춰둔 핸드폰 알림은 무의미했다. 맨해튼이었다.
존은 일어나 고양이 세수를 하고는 냉장고를 열었다. 냉기만이 가득한 냉장고 구석에서 우유를 꺼내 시리얼 위에 부었다.
-지이이잉
톰으로부터 온 핸드폰 문자 알림이었다.
혹여나 네가 또다시 걸을지도 모를 낯선 그 길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언제든지 돌아올 가족이 있다는 것.
너의 용기를 믿으렴.
이 주 전 조나단이 세라와 톰을 만나 자퇴를 하겠다며 고백한 토요일 저녁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세라는 그저 오랜만에 집에 올 아들이 반가워 아침부터 분주했다.
"엄마, 아빠, 저 왔어요."
주방에서 세라는 존에게 말했다
"아들! 엄마 주방에 있어!"
존은 세라에게 포옹과 함께 볼에 짧은 키스를 주었다.
"별일 없죠?"
"그렇지. 너도 알다싶히 여긴 늘 그랬듯 조용해."
존이 바라보는 세라는 늘 행복했다. 항상 웃고 있었다. 도움이 필요했던 순간에도 본인의 개지 않을 어두움을 그녀만큼은 열지 않기 바랐다. 그녀가 자신을 불쌍히 봐주기를 원하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예쁜 미소로 그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던 엄마가 좋았다. 그런 엄마 세라를 사랑했고 닮을 수 없는 사람, 세라를 그는 추앙했다.
"저 할 말이 있어요."
존은 빈 접시를 만지며 작은 목소리로 힘겹게 꺼냈다.
"어 그래. 필요한 거 있니?"
"아뇨. 저 자퇴하려고요."
용돈을 주려고 바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던 톰은 고개를 푹 숙이며 머뭇거리는 존을 아무 말 없이 쳐다보았다.
"조나단. 혹시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니?"
하던 설거지를 멈춘 세라는 잠깐의 정적을 깨웠다.
"그건 아닌데.... 하고 싶은 공부가 생겼어요."
"나노 사이언스. 그거 지금 공부하는거 말이다. 네가 하고 싶었던게 아니었어?"
톰은 애꿎은 그의 턱수염을 만졌다.
"여보. 먼저 들어줘요."
톰 옆에 앉은 세라는 그의 손을 살며시 잡아주며 말했다.
"여태 공부가 유일한 방법인지 알았어요. 다름을 틀림으로 폭력 하던 그들을 모두가 방관할 때 더 열심히 공부했어요. 잘하면 할수록 어느 순간 모두가 나를 어려워했고 더 이상 내가 피하지 않아도 됐으니깐요.”
목소리를 떨며 감정을 꾹 눌러 담아 말하는 존의 모습에 세라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울지 않으려고 이를 물고 애써 괜찮아하는 그녀의 손을 톰은 꼭 잡아주었다.
"그래서 간 대학이고 선택한 전공이에요. 학교에서 바라본 세상은 사실 넓었고 더 이상 외롭지 않았어요. 그런데 저를 제외한 모두가 그곳에서의 이유가 있었어요."
톰은 목을 가다듬고 조심히 물었다.
"이유?"
"가슴 떨리는 꿈이요. 점수 1점 차이로 아쉬워하고 행복해하는 그 청춘이요."
버티던 세라는 너무 일찍 커버린 스무 살 아들의 말에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녀의 눈물을 본 존의 눈가도 어느새 촉촉해졌다.
"저.... 요리 배워보려고요."
"요리?"
조나단이 여름방학 내내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저 생각지도 못한 조나단의 말에 조금은 놀란 눈치였다. 톰은 고개를 끄덕이며 존에게 물었다.
"요리학교로 편입을 할 생각이니? CIA? 포킵시에 있는 그 요리학교 말이다."
"아니요. 뉴욕시티로 갈 거예요. 학교 말고 실전이요. 맨해튼에서요."
맨해튼 업타운 할렘가 // 반지하 원룸 렌트 //
보증금 $1000 , 월세 $800 //
<12개월 계약 시 마지막 월세 제외>
물가에 장난기라곤 하나 없는 뉴욕 시티에서 넉넉한 자취를 바라지 않았다. 첫 꿈을 향해 집을 나온 스무 살 조나단에게 깨끗하게 씻을 수 있고 잠만 잘 수 있는 집이라면 다른 조건은 상관없었다. 문제는 직장을 잡는 것이었다. 경력이라 언급하기 조차 애매한 3주간의 수습 경험으로 사실상 그가 원하는 수준의 레스토랑을 취직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조나단은 어릴 적부터 자신이 해온 아르바이트 경력을 빼곡히 써 이력서를 만들었다. 화려하지는 않았았지만 진득했다. 그리고 이메일을 보내는 대신 직접 들고뛰었다.
그는 월요일부터 금요일 5일 동안 하루에 세 곳, 총 15개의 다른 레스토랑을 방문했다. 대부분의 레스토랑은 이력서를 쳐다도 보지 않고 문 앞에서 거절하거나 셰프에게 전달해 주겠다는 호스트의 하얀 거짓말뿐이었다. 오직 한 곳만이 그에게 면접을 볼 기회를 주었는데 바로 뉴욕 소호 근처 미슐랭 1 스타 프렌치 레스토랑 '르코'의 해드 셰프 저스틴이었다.
“왜 요리사가 되고 싶은 건가? 학교 보니 공부도 좀 하는 것 같은데.”
“생각만 해도 가슴 뛰는 게 꿈이라면 어제로 눈치 보던 오늘 말고, 잘 보낸 오늘로 내일을 설레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