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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선 Oct 09. 2024

10화 : 설레이는 내 일 (3/4)

“잘 하고 있나?"


“네."


존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오늘 트라이얼은 7시까지 하게 될 거야. 일단 지금은 쉬는 시간이니깐 밥도 먹고."


"네, 솊. 식사 맛있게 하십쇼!"


"그래 가봐."


조나단은 알렉스와 멕스를 따라 페밀리 밀을 먹는 공간으로 들어갔다. 주방 직원들 뿐 만 아니라 프론트 직원들까지 두 줄로 서 차례대로 접시에 먹고 싶은 음식을 담아 먹는 방식이었다.


“맛없지?”


밥을 크게 떠 오물오물 먹고 있는 존에게 알렉스가 물었다.


“먹을만 해요!“


집에서 매일 시리얼에 우유 부어먹던 존의 형편에 샐러드와 구운 닭 다리살 그리고 하얀 쌀밥은 말 그대로 특식이었다.


“일은 어때? 보니 손도 빠른거 같고.“


“다들 너무 친절하시고 열정적으로 하셔서 저도 일 하면서 같이 진지해지고 설렜어요!“


“이따 15분 후에는 우리 아까 준비해뒀던 프랩 1층 오픈 키친으로 다 가져가서 스테이션 셋업 할 거거든.“


“네.”


“가장 중요한건 리스트 잘 확인하고 다 챙겨서 가져갈 것. 윗층으로 올라가는 순간 1분 1초가 금이야. 까먹고 이거 안가져오고 저거 안가져오고 그러면서 다시 지하로 내려갔다 올라오면 다 밀려.“


“네. 올라오기 전에 프렙 리스트를 잘 확인하면 되는거죠?”


“그치.”


요노의 레스토랑은 프렙 키친과 서비스 키친이 나눠져 있지 않아 존에게 저스틴의 주방은 새로운 시스템이었다. 배움은 그를 설레게 했다. 그 설렘은 또 다른 일을 배우고 싶게 했다. 배부르지 않을 정도로 식사를 마친 그는 곧 바로 저스틴의 사무실에 들어가 맡겨둔 가방에서 칫솔과 치약을 꺼내 화장실로 달렸다. 쉬는 시간 30분이 결코 긴 시간이 아니기에 서둘러야했다.


”알렉스, 제가 이제 뭘 하면 될까요?“


“지금 여기 리스트에 내가 A,B,C 파트로 나눠둔거 보이지? A파트를 너가 책임지고 윗층으로 가져가. 5분 후에 1층 주방에서 보자.”


조나단은 종이에 적힌 파트 A의 리스트를 노트에 옮겨 적었다. 종이 한장의 리스트를 4명이서 공유해야하는 상황이었기에 따로 적는 편이 낫다 판단했다.


“존, 여기 트레이 카트 위에 첫번째부터 세번째 칸이 파트 A 미장플라스야.”


“네!”


존과 멕스 그리고 로렌은 서로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각자 할 일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5분 안에 다 챙겨 올라가야하는 상황에서 대화는 사치였다. 맥스는 설거지 팀에서 트레이 9개를 챙겨와 카트에 각 트레이 마다 적당한 간격을 띄워 차례대로 꽂았고 존과 로렌은 점심 시간 전 준비했던 미장플라스를 카트에 한 가득 실었다.


“이걸 어떻게….”


로렌은 카트를 끌며 머뭇거리는 존에게 말했다.


“설마 계단으로 가려는건 아니지? 사실 우리 레스토랑 주방 안에 엘리베이터가 있어.“


“오!”


성인 남자 키 만한 높이에 미장 플라스로 가득 채워져 무거운 카트를 계단으로 옮길 자신이 없었던 존은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다. 엘리베이터는 일층에서 지하로 내려오는 계단의 반대편에 있었고 움직이는 속도거 매우 느려서 들기 힘든것이 아닌 이상 대부분 직원들이 계단을 이용하는 편이었다.


“오케이. 빠짐 없이 다 챙겨온거지?“


“네.”


로렌이 알렉스의 물음에 대답했다. 그녀는 곧 바로 파트 B의 미장플라스를 꺼내 가드망제 스테이션 오른쪽 부분에 서 정리하기 시작했다.


“조나단 넌 파트 A. 아까 가지고 올라온 것들을 이쪽에 정리할거야. 생선류랑 고기류는 테이블 밑 냉장고에 종류 별로 나눠 정리하고, 가니쉬랑 소스는 테이블 윗 부분 여기 바트 냉장고에 정리하면 돼. 메뉴별로 쓰는 가니쉬며 소스며 다 다르니깐 생각하면서 정리해봐.“


“네.”


알렉스의 말이 끝날 때 쯤 맥스도 지하에서 달려와 파트 C의 미장플라스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라인업 까지 10분 남았습니다.“


멀리서 안드레아가 큰 소리로 말했다.


“라인업이 뭐예요?“


존은 목소리를 줄여 맥스에게 물었다.


“프론트 직원, 즉 손님들을 상대하는 사람들을 우린 FOH 라고 불러. Front of house의 줄임말.“


“그럼 저희는 BOH? Back of house?”


“맞아. 그래서 항상 3시 30분이면 FOH 와 BOH 직원들 모두가 다이닝 룸에 둥글게 서서 매일 저녁 서비스를 위한 간단하게 회의하는걸 라인업이라고 해.”


”얼마동안 하는 회의에요?“


존은 비프 타르타르에 쓰는 생고기가 담긴 컨테이너들을 냉장고에 넣어 정리하며 물었다.


“우리는 10분에서 15분 정도. 셰프 저스틴의 이야기가 끝나면 BOH 팀은 다시 주방으로 가고 내가 알기로는 셰프 저스틴이랑 수셰프 헨리만 남아서 FOH 회의까지 참여하는 것 같아. 보니깐 4시까지 하던데?“


“그렇구나. 저 셋업 다 했는데 한번 확인해주세요!”


맥스는 바트 냉장고를 먼저 확인하고 테이블 밑 냉장고를 열었다.


“잘했는데? 이 오일은 이렇게 짜서 쓰는 스퀴즈 보틀 중에 아기들 먹는 물약통 사이즈 찾아서 넣어주면 이따 서비스 중에 편해.“


“네! 지금 할게요!”


“잠시만, 내가 혹시 몰라서 아까 설거지 하는 스테이션에서 종류별로 몇개씩 챙겨왔어.”


맥스는 앞치마 안쪽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여기!”


“감사합니다.”


“우리도 라인업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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