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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선 Oct 10. 2024

11화 : 설레이는 내 일 (4/4)

"Happy Friday, everyone!"

(즐거운 금요일입니다!)


"Happy Friday!"

(즐거운 금요일이에요!)


안드레아의 인사에 FOH 그리고 BOH 직원들이 다 함께 대답했다.


"메이쳐디 데스티니, 오늘 예약 현황 말해줄래요?"


(메이쳐디 : 웨이터 주임, 호텔에서는 지배인을 칭함)


데스티니는 아이패드 화면을 스크롤하며 말을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오늘 금요일 예약 현황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오늘 오픈 다섯 시부터 일곱 시까지는 일정한 간격으로 예약이 분배되어 있지만 일곱 시 반부터 라스트 콜 9시 45분까지 엄청 바쁠 거니깐 모두들 마음의 준비하시고요!"


그녀의 말에 모두가 실성하듯 웃었다.


"하하하. 말 이어가겠습니다. 오늘 9시 45분 마지막 타임 예약은 세 개의 팀이 있고 총 10명입니다. 2명, 3명, 5명 인원으로 잡혀있어요. 그리고 PX 손님 리스트에는 한 팀 있고요. 레스토랑 '제이지' GM분이 와이프 분과 10주년 기념일을 맞이해서 7시 예약하셨습니다."


(GM : 제너럴 매니저, 총지배인)

(PX : VIP 손님)


"혹시 마이클 말하는 거죠?"


안드레아가 물었다.


"네 맞아요."


"마이클은 제 친구이자 데스티니가 언급했듯이 미슐랭 3 스타 제이지의 GM이에요. 굉장히 친절하고 와인을 정말 좋아하고 또 잘 아는 친구이니 소믈리에 팀들은 특별히 더 신경 써 주세요. 우리 레스토랑 보다 별이 2개가 더 많은 뉴욕 시티 정상급 레스토랑 중 한 곳의 총지배인입니다. BOH 그리고 FOH 모두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에 신경 꼭 써봅시다. 셰프님 오늘 메뉴 변동이나 어제 서비스 관련해서 피드백 있으시면 부탁드리겠습니다."


"Thank you Andrea."

(고마워요 안드레아.)


"Hello, chef Justin."

(안녕하세요, 셰프 저스틴.)


FOH 직원들은 저스틴에게 인사하며 개인 수첩과 팬을 꺼내 들었다.


"우선 오늘 메뉴 변동은 없습니다. 다만 어제 서비스 관련해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을 간략하게 설명하겠습니다. 8시 30분쯤이었나요? 그때 음식 평론가 제스가 다이닝 했던 시간 말이에요."


"네 맞습니다."


데스티니가 대답했다.


"정확히 4명이 있었던 테이블이었어요. 평론가 제스 바로 옆에 앉았던 여성분이 글루텐 알레르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주문이 다 들어간 이후에 알았다죠? 다들 알다싶히 알레르기 유무 체크는 너무나도 기본적인 부분입니다. 그 테이블에 음식 평론가가 있었냐 없었냐가 아닌, 어떤 테이블이던 알레르기 유무 체크는 꼭 잊지 말고 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프론트에서 넘어진 그 실수가 주방으로 넘어오면 다 꼬인다는 것. 그 꼬임이 다시 프론트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것. 절대 잊지 마시고 신경 써주시길 바랍니다."


"네."


프론트 직원들이 대답했다.


"이상입니다."


저스틴의 말이 끝나자 조나단과 맥스를 포함한 BOH 직원들은 하나둘씩 다이닝룸을 떠나 주방으로 들어갔다. 조나단에게 라인업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요노의 레스토랑에서는 직원이 다 함께 참여하는 라인업 문화 대신 FOH 직원들이 모여 서비스 전 10분 정도 간단하게 회의하는 수준이었다. 주방으로 돌아온 존은 맥스가 준 플라스틱 스퀴즈 보틀에 올리브 오일을 담았고 스테이션 테이블을 세니타이저 티슈로 꼼꼼히 닦았다. 깨끗하게 반짝이는 테이블이 그의 마음에 들었다.


(세니타이저 티슈 : 알코올 소독액이 묻은 티슈, 주로 주방 테이블 닦을 때 행주 대신 사용.)


"존, 여기 와볼래?"


알렉스가 조나단을 불렀다.


"이제 네가 딱히 할 일은 없을 거야. 서비스가 시작되면 나랑 로렌 그리고 맥스 옆에서 지켜보면서 가드망제 스테이션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잘 보고 궁금한 게 생기면 물어보고 메뉴들 맛도 보고 하면 좋을 것 같아."


"오! 먹어봐도 되는 거예요?"


존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당연하지! 먹어 보고 싶은 메뉴 먹어 볼 수 있는 게 또 파인 다이닝 트라이얼의 매력 아니겠니. 가드망제 메뉴들 뿐만 아니라 다른 스테이션들도 돌아다니면서 지켜보고 맛도 보게 될 거야. 흠.... 15분 간격으로 각 스테이션 옮겨 다닌다고 생각하면 될 거 같고. 마지막에 저스틴 만나면 오늘 트라이얼은 끝!"


"미리 알려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저 서비스 시작하면 뭐부터 해야 하는 건지 몰라서 조금 걱정했어요."


"별말씀을!"


알렉스의 말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다이닝 룸에 있던 안드레아와 FOH 직원들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Let's have a good service!"

(오늘 서비스 잘해봅시다!)


"Oui!"

(네!)


라인업에서 돌아온 저스틴은 쿡들에게 말했다.


"서비스 시작 전까지 5분 남았다. 다들 준비 됐지? 서비스 도중에 왔다 갔다 하지말고 지금이라도 까먹은 거 있는지 체크합시다. 프랩키친 갔다 올 사람들은 금방 내려갔다 오도록 해라."


"Oui chef!"

(네, 솊!)


"아, 그리고 새로운 얼굴이 있지? 아까 일하면서 인사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오늘 트라이얼 온 조나단. 아주 잘하고 있어."


저스틴은 조나단을 소개하며 그의 묵직한 손바닥으로 존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쳤다.


"10분에서 15분마다 각 스테이션 돌게 할 거니깐 바쁘더라도 잘 설명해 주고 챙겨주길 바란다."


"Oui chef!"

(네, 솊!)


"OK! LET'S HAVE A FREAKING AMAZING FRIDAY NIGHT SERVICE!"

(좋아! 오늘 불금 미친 듯이 완벽하게 서비스 끝내보자!)


"OUI!"

(네!)


저스틴의 에너지는 남달랐다. 점심 식사 후 피곤해하던 가드망제 로렌의 주저앉은 무거운 눈꺼풀을 떠지게 할 정도로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엄청난 열정이 내포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의 말은 조나단의 심장을 뛰게 했다. 태어나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설레는 긴장감이었다. 존은 크게 숨을 한번 내쉬고 앞치마를 고쳐 입었다.


서비스가 시작되자 두 테이블에 손님들이 차례대로 들어와 앉았다. 첫 번째 테이블에는 젊은 남녀 커플이었고 다른 테이블에는 3인 가족이었다. 중년의 커플 그리고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여학생이었다. 서버들은 물부터 음료, 술 그리고 음식 순서대로 주문을 받았다.


- 지이이잉


영수증 기계에서 손님들의 주문이 올라오자 저스틴은 라인쿡들에게 오더를 내렸다.


"Table 10, 2 tops, 1 Poireaux, 1 Monkfish, 1 sweet bread, 1 lobster and 1 duck.

Table 8, 3 tops, Canapae, 1 Galantine, 1 Monkfish,  1 filet with marrow, 1 lobster and 1 duck. Let's fire Poireaux and Monkfish for table 10. Fire 3 tops of Canapae for table 8."

(테이블 10, 2명, 1 리이크, 1 아귀, 1 송아지 흉선, 1 랍스터, 1 오리.

테이블 8, 3명, 카나페, 1 갈랑틴, 1 아귀, 1 본메로와 안심, 1 랍스터, 1 오리.

테이블 10번에 리이크랑 아귀요리, 그리고 테이블 8번에 카나페 3인분 조리 들어가자!)


"Oui chef!"

(네, 솊!)


저스틴의 오더 끝에 오픈 키친의 모든 요리사들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두가 분주했지만 차분했다. 가드망제, 핫 애피타이저, 생선 앙트르멧, 생선 로스트, 고기 앙트르멧, 고기 로스트, 소시에. 레스토랑 '르쿠'의 주방에는 일곱 가지 스테이션이 있었고, 소시에를 제외한 각 스테이션에는 두 명 또는 세명의 라인쿡들이 함께 팀을 이뤄 일했다. 어느 한 명도 목소리를 키우지 않고 소통했다. 그들은 각자 맡은 일을 했고 서로를 도왔다. cdp들은 스테이션마다 음식이 완성되는 시간들을 주고받으며 원활하게 서비스를 이어갔다. 5분, 10분이 아닌 30초 60초가 지날 때마다 계속해서 더 바빠지는 주방이었지만 바빠질수록 그들은 춤을 추는 것만 같은 유연한 손놀림과 함께 저스틴의 지휘에 집중했고 침착했다.


조나단은 알렉스와 저스틴의 말대로 15분마다 가드망제부터 소시에 스테이션까지 옮겨 가며 각 포지션의 일에 대해 듣고 메뉴를 먹어 볼 수 있었다. 요노의 서재에서 존이 상상 속으로 그리고 음미했던 이 세상의 다양한 식재료들은 저스틴의 손을 거쳐 예술 작품으로 창작되어 메뉴라는 종이 위에 전시되었다. 요리사들은 저스틴의 지휘에 맞춰 그들의 오감을 놀려 요리했고 플레이팅 했다. 작은 디테일로 이어진 깔끔한 하얀 접시 위의 예술작품은 샹들리에의 오묘하고 고급스러운 조명 아래에서 더욱 섬세하게 빛났다. 존은 눈으로 먼저 감상했고 코 끝으로 살며시 다가와주는 향에 집중했다. 천천히 그의 맛 봉우리에 닿은 순간 오래전부터 애를 써도 빠져나올 수 없었던 외로움과 두려움이라는 너울은 언제 그랬냐듯 사라지고 그가 온몸으로 감상한 예술 작품만이 고스란히 차올랐다.


"언제부터 출근할래?"


"네?"


존은 저스틴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했다.


"난 네가 내 팀에 들어왔으면 좋겠는데. 고민해 보던지."


"네? 아닙니다. 저 당장 내일부터 시작하고 싶습니다!"


"그래. 그럼 내일 12시까지 출근해 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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