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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한 너는 쳄스일까

시간은 늘 한방향으로만 흐른다.

by 쳄스오모니

한 유튜버가 얼마 전 무지개 다리를 건넌 반려견을 복제한게 화제가 됐다.

과학과 윤리의 딜레마는 닭과 달걀이 먼저냐 수준으로 귀결되는데

나는 쳄스가 나에게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개 복제에 있어서만큼은 늘 윤리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나는 늘 쳄스의 죽음을 생각한다.

강아지의 수명은 인간의 것보다 훨씬 짧고, 내가 갑자기 비명횡사 하지 않는 이상은 쳄스가 90% 이상의 확률로 나보다 먼저 떠날 것이다.

아마 미치도록 괴롭고, 따라가고 싶을 것이다.

쳄스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너무 보고 싶은데 악마가 조건을 건다고 생각해보자.

단 1초라도 내가 쳄스를 만지고, 안아주는 대가로 내 남은 수명을 원하면 나는 그리 할 것이다.

하지만, 하늘로 간 쳄스를 보기 위해 단 한마리의 강아지라도 무자비하게 희생해야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NO'라고 할 것이다.

쳄스가 내게 가르쳐준 사랑은 그렇다.



강아지를 키운다는건, 내 새끼가 나보다 반드시 먼저 떠난다는 전제를 늘 안고 산다는걸 말한다.

시간은 늘 한 방향으로만 흐르니까 말이다.

그걸 알면서도 우리는 그 유한한 시간을 풍요롭게 향유하기 위해 고민한다.

우리는 이 보편 타당한 진리 속에서 더 많이 사랑하고 아껴주는 법을 익히고 배워야한다.


그렇기에 내 강아지가 소중한만큼 다른 강아지도 그만한 동물로서의 자유와 행복을 누려야 한다.

유기견에서 반려견으로 변모해온 쳄스가 보여주듯.

이 세상에는 한 평생 실험견, 공혈견 등 어떤 존재를 살리기 위해 '타당하게 희생돼야하는' 존재란 없다.

내 새끼 살리겠다고 다른 강아지들을 희생시키는게 왜 끔찍하고 역겨운건지 일일이 설명을 해야 하는가.


아무리 여러 사람들이 백날 천날 반려견 복제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내비쳐도

누군가는 다른 생명을 실험도구 삼아 짓밟고 있을테다.

그래서, 소용없으니 멈출거냐고? 아니다. 최소한 그게 자랑스럽지는 않아야한다는 건 알려줘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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