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은 부모를 닮는다고 했다. 희안하게도 쳄스를 보면 나와 비슷한 점이 많은데, 애석하게도 내 단점을 잘 빼다 박았다. 자식이 부모의 장점을 배우기란 이렇게 힘든 것이었던가.
쳄스는 겁이 많다. 길가다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에도, 자신을 향해 아무렇게나 뻗어대는 사람들의 터치에도, 바람에 나부끼는 현수막에도, 무심하게 서있는 공원의 동상에도 겁을 느낀다. 바람 하나만 불어도 화들짝, 팔짝 뛰어버리는데 문제는 쳄스의 이런 모습을 보고 내가 더 놀란다는 점이다. 이 모습이 너무 귀여워 찍어놓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일단은 겁 먹은 나와 쳄스의 마음부터 달래는게 우선이다. 우리는 왜 백조처럼 고고하게 산책을 하지 못할까
쳄스는 무례한 것들을 싫어한다. 개의 세계에도 매너가 있고, 예절이 있다. 특히 어린 강아지들일수록 배움이 짧아서(ㅎㅎㅎ) 얼굴로 들이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때 쳄스는 으르렁-하면서 경고를 준다. 나도 예의범절 밥말아먹은 인간들을 남들 평균보다 조금 더 싫어하는데, 쳄스의 유교보이 같은 모습을 볼때면 웃음이 피식피식 나온다. 내가 싫어하는 인간들의 행동은 무례하게 툭툭 치거나, 지하철에서 서로 먼저 타겠다고 밀치는 것, 길가에 침뱉거나 노상방뇨 하는 것들. 우리 쳄스는 참고로 아무데서나 소변을 보지 않는다.
쳄스는 뽀뽀쟁이다. 나도 그렇다. 쳄스는 요새 스킨십 스킬이 늘어서 앞 발 두 쪽을 모두 들고, 내 어깨를 제압해 뽀뽀를 한다. 이게 물론, 하면 안된다는 건 알지만 너무 귀여워 놔둔다. 무례한 것들을 싫어한다고 하는데, 나도 쳄스도 서로에겐 예외다. 나도 쳄스를 제압해 뽀뽀 공세를 퍼붓는다. 서로가 서로를 생각해 참아주는 것이다.
아, 작고 고귀한 생명이 무해하게 나를 닮았구나, 좋은 점을 닮았으면 좋았을 것을. 그렇지만, 너의 단점은 나에겐 장점이다. 언젠간 엄마의 장점도 하나만 복사해서 가져가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