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식용종식법, 50만마리 갈 곳이 없다
살릴 방안이 뭐가 있을까요
"지금 아이들. 현실적으로 식자재로 소비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오로지 먹기 위해서만 길러진 애들이라 40~50kg 육박하니 가정분양도 어려워요. 평균 1년 내에 도축업자한테 가는데, 유예기간은 3년입니다"
이 문제에 정통한 관계자가 내게 한 말이다.
개식용 종식법이 시행됐는데, 처벌을 피할 수 있는 3년의 유예기간.
그리고 오로지 고기로 길러지고 있는 50만마리에 이르는 아이들을 도무지 갈 곳이, 살릴 방법이 없다.
동물단체에서 구조하려고해도 현실적으로 이 많은 아이들을 구할 재간이 없다.
이 좁아터진 나라는 육견, 애완견 이딴 말로 개를 구분해대고
개는 집 밖에서 키워야한다고 하는 인간들이 천지에 널렸다.
조금이라도 커보이면 맹견 아니냐고 난리를 쳐댄다.
도사믹스들에게 입양 현실이 넉넉할리 없다.
그 와중에 언론, 육견협회는 여론수렴이 없었고 시행에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누구나 때리는 건 쉽지. 이거라도 할 게 없어서 영업하고 있다는데 보신탕집들이 죽어난단다.
궁금하다. 그럼 왜 수익성 없는 식당을 계속 운영한건가. 나는 보신탕집이 개고기만 파는건 보지 못했다.
개 식용문제가 본격적으로 촉발된게 1988년 올림픽이다.
36년 내내 논쟁거리였고, 그래서 내내 싸웠고, 겨우겨우 시대 흐름에 맞게 반영돼 도입된게 2024년이다.
개식용문제만큼 장기간 사회적 논쟁과 의견수렴을 거친 법이 더 있을까.
여기에 3년의 유예기간마저 부족하다고 하면, 앞으로 모든 법은 전국민 100% 찬성률을 받아야만 시행되는건가.
법이 시행됐지만, 50만마리의 10분의 1도 제대로 살릴 수 있다고 기대하기가 어렵다.
한걸음 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나에겐 이 현실이 제자리다.
지금 50만 마리를 미래에 도륙될 아이들을 막기 위해 제물로 바치는 것만 같다.
무력하고 참혹하다. 얘들아. 부디 다음생에는 개로 태어나지 말아라. 그냥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바람이 되어 부디 훨훨 날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