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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인칭관찰자 Dec 14. 2020

하루의 끝에서

단문


초인종이 울리면 나는 문을 열고

당신의 무거운 가방을 받아 들겠지요.
욕조에 물을 채워 두었어요.

일단 얼었던 몸부터 녹이세요.

당신이 씻는 동안 은은한 국을 끓이고,

따뜻한 음식들을 차려 놓겠어요.
지쳐서 입맛이 통 없겠지만

한 술만 들어줄래요.

떠올리기 싫은 일들은 생각하지 않아도 되요.

저도 묻지 않을게요.
다 드셨으면 방에 들어가서 좀 쉬세요.

뒷정리를 하고 금방 따라갈게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있는 당신 곁에서

다리와 발을 주물러 드릴게요.
두서없는 당신의 하루를 들을 땐

오직 당신 편이 되어서 맞장구를 치겠어요.

어느새 잠이 든 당신 곁에 가만히 누워

가녀린 등을 어루만지고 싶어요.
고마워요. 내 사랑

오늘도 무사히 내 곁으로 돌아와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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