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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철현 Feb 14. 2021

등산과 동행을 위한 준비 운동

지금 이 시점


이런 노래 가사가 있다.

이제부터 웃음기 사라질 거야
가파른 이 길을 좀 봐
그래 오르기 전에 미소를 기억해두자
오랫동안 못 볼지 몰라

가수이자 작곡가인 윤종신의 '오르막길'이라는 곡이다. 2019년 1월 1일, 결혼을 하고 정확히 한 달이 되었을 때 아내와 혜화역 인근 대학로에서 나몰라패밀리 핫쇼 공연을 보며 처음 들어본 노래였다.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질 않던 공연장에서 막바지 공연이 이어질 즈음 등장한 그 노래. 나몰라패밀리의 리더 김경욱이 멋들어진 정장을 빼입고 무대 중앙으로 나와 웃음기 싹 빼고 사뭇 진지하게 부르던 그 노래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왜 이제야 이런 띵곡(이름난 곡, 뛰어난 곡의 의미를 가진 신조어)을 알게 되었을까! 나는 무릎을 쳤다.






오르막길은 아내와 등산하러 갈 때마다 차 안에 꼭 틀어놓는 음악이기도 하다. 나와 아내는 마치 등산 전에 심호흡을 하며 스트레칭을 하듯 노랫말을 음미한다.

본격적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 얼마 안 가서 우리는 너 나 할 것 없이 숨을 헐떡이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오르막길의 가사처럼 거칠게 내쉬는 숨이 우리의 유일한 대화가 된다.

상투적인 표현일지 몰라도 등산은 우리 인생과 참으로 닮은 구석이 많다. 목표인 정상을 향해 내딛는 발걸음은 힘겹고 지치지만 그래도 버티고 버텨야지만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것도, 올라온 만큼 내려가는 길 또한 다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하는 점도.

그래서 나는 부부가 함께하는 등산을 적극 추천한다. 가파른 산길을 오르면서 나와 아내는 챙겨 온 물을 나눠 마시고 난코스에서는 먼저 올라간 사람이 손을 잡아주기도 하며, 또한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면서 서로의 땀을 닦아주는데, 그럴 때 진정한 동행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그만 올라가고 싶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서로를 바라보며 힘을 내고 견뎌낸다.

살면서 비슷한 경험을 한다. 좌절하고 주저앉고 싶을 때 아내의 말 한마디, 눈빛 한 번이 내게 힘을 주고 버티게끔 하던 순간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대개는 버티다 보면 나아지고 적응되기 마련이다. 이 악물고 오르다 보면 정상에 다다르는 것처럼. 삶과 등산은 비슷한 점이 이렇게나 많다.

며칠 전 우리는 오랜만에 집 근처 산을 찾았다. 겨울이 되고 나서 잠정 중단했던 등산을 해가 바뀌고 처음 하게 되어 긴장도 되고 무척 설레기도 했다. 역시나 차 안에는 BGM으로 오르막길이 깔리고 우리는 심적 준비 운동을 거친다.

혹시, 이전부터 함께 등산을 하고 싶었는데 망설이고 있는 커플이 있다면 오르막길을 들어보길 바란다. 산 중턱은커녕 입구에서부터 백기를 들고 돌아갔던 아내가 이제는 나와 함께 꿋꿋이 정상에 올라가 인증샷까지 남기게 된 이유도 거기 있다.

가사에 나오는 '한 걸음 이제 한 걸음일 뿐'을 곱씹으며 '아득한 저 끝은 보지 마'시고, '평온했던 길처럼 계속 나를 바라봐줘 그러면 견디겠어'를 실행에 옮긴다면 등산이 마냥 어렵고 두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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